이미지 크게보기의식, 무의식 그리고 초의식 초월적, 영적인 세계로 우주의 무한한 공간과 사랑을 그리다. 2020년 작. 김영화 화백

골프 라운드를 하다 보면 “백(챔피언)티에서 치자, 레귤러티에서 치자”는 충돌이 가끔 생긴다. 당연히 거리가 나는 골퍼는 뒤로 가고 싶어 하고 거리가 적게 나는 골퍼는 레귤러티를 사용하고 싶어 한다. 가끔은 티 선택에 따라 “성격이 소심하다, 허세가 심하다”는 말이 오가 또 갈리곤 한다. 심지어는 프런트티인 시니어티에서 치겠다는 골퍼들도 있다. 이구동성으로 70세가 넘었느냐고 반문하며 불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뿐만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티를 색깔로 구분하다 보니 블랙, 블루, 화이트, 옐로, 레드티가 함께 혼용돼 사용되고 있다.

골프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에서는 백(back)티와 프런트(front)티로 구분해 사용해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프런트티 개념에는 레귤러, 시니어, 레이디티까지 생겨난 것이다. 또 최근엔 실버 여성골퍼가 많아지면서 레이디티가 늘어나고 있어 6개 이상의 티잉 구역을 운영하는 곳도 적잖다. 이렇게 많은 티 운영이 거리(백·프런트), 색깔(블랙·블루·화이트·옐로·레드), 골프 수준(챔피언·싱글·레귤러) 등으로 구분되다 보니 해프닝도 많이 일어난다. 레드티는 레이디티라고 하면서 화이트티는 젠틀맨티라고 부르지 않는다며 불평하는 골퍼들도 있다. 레이디티라고 부르지 말고 레드티라고 부르자는 주장도 있다. 어느 하나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둘 다 맞는 것도 아니다.

영국왕실골프협회(R&A)나 미국골프협회(USGA)에서 룰로 정한 것이 아니라 골퍼와 골프장에서 관용처럼 사용하고 있다. 요즘 몇몇 골프장은 시니어티를 없애고 화이트티를 두 개, 앞뒤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반응은 좋다고 한다. 실버 골퍼냐는 비아냥거림도 줄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옐로티와 화이트티를 바꿔 사용해 연령, 실력 간의 차별을 상쇄시키는 골프장도 있다. 그러니 성차별적인 용어라며 꼭 레이디와 레드를 구분해 레드티라고 부르자는 것은 지양했으면 싶다. 그 자리에 레드가 아닌 옐로나 실버 컬러가 올 수도 있지 않은가. 용어에 대해 좀 유연하게 때에 맞는 단어를 사용하면 될 것 같다. 다만 국내 골프장엔 시니어 레이디티가 많이 부족하니 더 생겨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런 소모적 논쟁을 없애기 위해서는 골프협회(R&A, USGA)에서 용어를 통일하는 것이 한번쯤은 필요해 보인다.

골프를 반드시 남녀, 나이로 구분해서 쳐야 할 이유는 없다. 자신의 비거리에 맞게 치는 것이 더 즐겁고 만족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