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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트럼프 4년 엉망진창 국정 반성
美대통령제 개혁 초당적 모색
공화 중도파·민주 脫극단 정치
文 국정 독주 트럼프와 닮은꼴
민주당 김대중 정신 회복해야
국민의힘은 중도 재발견 필요
미국 대선 투표가 3일 종료되며 선거 대장정은 막을 내렸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극우·극좌 세력의 불복 충돌설이 제기되며 대혼란에 빠질 조짐이다. 남북전쟁에 이은 제2의 내전이 4일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일 초강대국이 폭동 위기에 놓인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적 국정 운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편견과 무지에 기반해 제멋대로 국정을 하지 못하도록 대통령제를 보완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트럼프 시대를 겪으며 의회·학계에서 대통령제 시정 공론이 형성된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처럼 대통령제인 데다 여야 모두 극단적 세력에 포위된 한국 정치에 주는 함의가 크다는 점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첫째, 공화·민주당 행정부 참여 학자들이 공동으로 대통령제 개혁안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군 통수권 남용, 사면권 남발, 언론 협박 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는 초당파적 청사진이 마련되면 의회가 입법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워터게이트 스캔들 후 대통령 권력의 투명한 운용 규범이 마련됐는데 40여 년 만에 2.0버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둘째, 공화당이 트럼프 당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공화당 중도 인사들이 대선 과정에서 ‘살신성인(殺身成仁)’ 전략을 택한 점이다. 공화당 원로인 크리스틴 휘트먼 전 뉴저지 주지사는 ‘바이든을 찍어 공화당을 살리자’는 칼럼을 발표했다. 공화당의 트럼프당 전락을 막기 위해 트럼프에게 표를 주지 말자는 게 핵심 논지다. 트럼프의 엉망진창 국정 운영을 고발한 칼럼과 책 ‘경고’를 익명으로 썼던 마일스 테일러 전 국토안보부 장관 비서실장도 최근 실명 공개 성명에서 ‘당보다 미국 먼저’ 주장을 폈다. 셋째, 미 민주당이 극좌 바람 속에서도 의회주의자 조 바이든을 대선 후보로 세운 점이다. 좌파 지지층은 사회주의를 내세운 버니 샌더스를 고수했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선 중도 후보를 택해야 한다는 당 주류의 의지가 작동한 것이다. 바이든이 합리적인 보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게 된 것은 민주당의 중도 전략 덕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독주 정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닮은꼴이다.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이민자 입국이 제한되고 한·미 훈련이 중단된 것처럼,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한마디에 ‘인국공 사태’가 났고 탈원전 고수로 에너지 정책이 왜곡된 게 대표적이다. 대통령은 퇴임하면 끝이지만 여의도 정치는 계속되는 만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미국의 양당처럼 대통령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한 초당적 입법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어렵다면 문 정권에서 폐해가 극단화한 캠프 정치를 금지하는 신사협정이라도 맺어야 한다. 국정 경험이 없는 학자·시민단체 인사들이 대선캠프 출신이라는 이유로 청와대·내각 요직을 차지하는 ‘떴다방 정치’ 대신 당이 중심을 잡아야 국가 기간 정책의 조변석개(朝變夕改)를 막을 수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미국 공화·민주당의 혁신 의미를 제대로 봐야 한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만든 공화당이 트럼프당이 되지 않도록 자기 부정의 선택을 했듯 민주당도 ‘문빠당’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당론과 다른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금태섭 전 의원의 탈당은 민주당의 독선이 고착화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민주당 빼고’를 주장했던 제2의 임미리 사태가 나기 전에 김대중 정신이 숨 쉬는 정당으로 재건해야 한다. 아스팔트 보수의 압박을 받는 국민의힘도 미국 민주당의 중도론에 주목해야 한다. 좌파 포퓰리즘에 편승해선 대통령 당선도 어렵고 미국에도 재앙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던 민주당의 현실 인식을 배워야 한다.
대선 후 미국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공화·민주당의 합리적 인사들이 대통령 권한 제한 및 감시 강화, 극단적 좌우 포퓰리즘 배제의 길을 걷는 만큼 혼미 속에서도 미국 민주주의는 새 길을 찾을 것이다.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와 차기 대선을 앞둔 여야가 미국이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대의제 민주주의의 힘을 제대로 간파한다면 한국 민주주의도 극단적 좌우 포퓰리즘 유혹을 이기고 위기를 넘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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