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현종 논설위원

정치인에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는 필수인 시대가 됐다.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알리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유용한 수단인 것만은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장 SNS를 잘 활용한 정치인이다. 그러나 ‘오프라인 소통’과 병행하지 않고 오직 SNS에만 매달리는 중독 현상이 나타날 경우 되레 독(毒)이 된다.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에 3선 의원 출신인 유인태 전 의원은 정치권에서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회의 때 항상 졸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물어보면 회의 내용을 다 꿰고 있을 정도로 ‘특별한 재능’을 가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오랫동안 정치를 함께했지만 언제나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유 전 의원이 2일 방송에 출연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겨냥, “평검사가 조금 (비판)했다고 해서 장관이 SNS에 그런 글을 올리는 것은 경박한 짓”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SNS 중독자들은 (SNS에) 시간 분초를 다투더라”며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제발 SNS 활동을 좀 중단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가 ‘검찰 개혁은 근본부터 잘못됐다’는 글을 내부 통신망에 올리자 추 장관은 곧바로 SNS에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라고 올렸다. 누가 봐도 ‘보복’을 시사하는 뜻인데, 이 글을 기점으로 평검사 300여 명이 이 검사를 응원하는 글을 올리며 추 장관에게 집단 반발하고 있다. 장관 추미애와 자연인 추미애의 처신은 달라야 한다. 직무와 관련된 사안은 공식 라인, 공식 절차, 공식 방법을 통해서 하는 것이 당연하다. 개인 차원의 글일지라도 품격을 지켜 표출하는 것이 공인의 도리다.

추 장관은 취임 초 소통하겠다며 대검에 법무부 기자실을 만들었지만 기자회견 한 번 제대로 한 적도 없다. 조국 전 장관도 마찬가지다. ‘SNS 중독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하루에도 수십 건의 글을 올리지만 정작 재판에선 묵비권을 행사한다. 장관급 이상의 공직자는 최소한 기자들과 문답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과 소통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부터 1년에 한 번만 기자회견을 할 뿐 질문을 받지 않는 것이 관례처럼 됐다. 진짜 소통은 눈과 눈이 마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