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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 모습이 특이한 엄마

아무리 봐도 난 아버지 딸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 한구석 아버지를 닮지 않은 구석이 없으리만치 99% 빼닮았다. 하지만 단 한 곳 엄마를 닮은 곳이 있는데 바로 발가락이다. 엄지발가락쯤은 우습다는 듯 길게 쭉 뻗은 둘째 발가락이 유일하게 엄마를 닮은 1%다.

나를 낳자마자 엄마는 내 발가락부터 살피셨단다. 그러곤 펑펑 우셨다지. 의사 선생님은 아기의 손가락, 발가락이 10개씩 모두 있는 걸 확인한 산모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지만, 엄마의 눈물은 그게 아니었다. 자신과 똑 닮은, 제발 그것만은 닮지 않기를 바라고 기도했던 발가락이 너무나 똑같은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었다.

‘손인지 발인지’ 엄마의 어릴 적 별명이었단다. 그만큼 유난히 길었던 엄마의 발가락은 동무들의 놀림감이었다.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상처로 남은 것이다.

이 때문에 난 어릴 적부터 집 안에서만 내 발가락을 볼 수 있었다. 엄마는 밖에 나갈 일이 있을 때면 무조건 내게 양말을 신게 했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남에게 발가락을 보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 그 덕분에 난 성인이 될 때까지 앞이 뚫린 슬리퍼를 신고는 밖에 나갈 수 없었다. 그러다 대학생 때 난생처음 예쁜 샌들을 사서 신발장에 숨겨둔 적이 있었다. 얼마나 좋았던지 자다 일어나서 신발장을 열어보곤 했다. 하지만 곧 엄마에게 들켜버린 그 아이는 빛도 보지 못한 채 쓰레기통으로 사라져야 했다. 그럴 만큼 엄마에게 긴 발가락은 꼭꼭 감춰야 할 단점이었던 것이다.

긴 발가락의 영향인지는 알 수 없으나 엄마랑 난 남들은 멀쩡히도 잘 걸어 다니는 길을 종종 넘어지곤 한다. 아버지의 무뚝뚝함을 똑 닮은 나는 살가운 스킨십도 별로 없는데 언제부턴가 엄마와 함께 다닐 때면 “넘어지지 않게 내 손 잡아”라며 엄마의 손을 잡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

둘째 발가락이 길어 손 대신 물건을 집는 것이 편하기도 한데, 이외에 또 다른 좋은 점을 찾았다. 스킨십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도움을 주는 비타민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긴 발가락 덕분에 엄마의 장수(長壽)에 일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발가락을 감추느라 평생을 예쁜 구두 한번 맘껏 신어보지 못하고 살아야 했던 우리 엄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곧 다가올 사랑하는 엄마의 생신에 역시나 구두를 선물할 순 없을 테지만, 넘어지지 않도록 항상 엄마의 손을 잡아 줄 딸내미의 손과 편한 운동화를 살 수 있는 용돈을 두둑이 드려야겠다. “엄마! 난 엄마와 발가락이 닮아서 참 좋아요. 그것마저 안 닮았으면 난 100% 아버지만 닮았을 테니까요.”

딸 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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