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영근, 굽이굽이, 100×38㎝ , 캔버스에 오일, 2017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카피가 생각난다. 여행이란 게 어디 열심히 일한 사람만이 누리는 특권이겠는가. 앞으로 일을 잘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는 말 속에는, 보다 밝은 내일과 튼실한 내면을 기약한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회복이든 치유든 지친 삶에 활력을 주는 여행은 계획을 짠다는 것만으로도 얻는 것이 많다. 흥분과 설렘, 그 자체가 엔도르핀이다.

전영근의 유람도 ‘굽이굽이’가 잠들었던 워라밸 유목민의 역마살을 깨운다. 바리바리 이고 지고 굽이굽이 길을 달리는 자동차 모습이 정겹다 못해 코믹하다. 흥겨운 여행자의 노래가 귀에 선하다. 더 늦기 전에 훌훌 떠나라는 손짓인가. 조용필 ‘여행을 떠나요’의 강렬한 비트를 시각적으로 펼친 임파스토 터치가 압권이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지만, 숨 막히는 도회의 삶만 할까. 별들이 소복한 밤하늘을 보며 한뎃잠을 자는 묘미와 감흥을 어찌 필설로 다 전할까. 머릿속 모든 것을 잠시 지우고 비우는 사이 우리의 내면은 더 살찐다. 가슴에 호연지기가 한가득하다.

이재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