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현대모비스가 지난 1월 소비자가전쇼(CES) 2020에서 공개한 도심형 자율주행 콘셉트카 ‘엠비전(M.Vision) S’에 적용된 미래 인포테인먼트 기술 이미지.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되면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기술 활용이 급격히 늘어나고, 실내공간과 디스플레이도 완전히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 제공

안전벨트·블랙박스·ABS…
車보다 항공기서 먼저 사용

‘자동항법’도 비행기가 원조
아직 완전 자율운항은 못해

현대차 ‘도심항공 비전’ 선봬
“완전 자율주행땐 기술 추월”

자동차업계에는 ‘항공기를 보면 자동차의 미래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항공기용으로 개발돼 사용되다가 나중에 자동차용으로 변환돼 적용된 부품·기술이 다양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항공기와 자동차의 ‘선후관계’가 뒤바뀔지도 모른다.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동차 기술이 항공기 기술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안전벨트, 터보차저, ABS(Anti-lock Brake System),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익숙한 이 부품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항공기에서 먼저 이용되다 넘어온 부품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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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900년대 초까지 항공기에는 유리 캐노피(Canopy·덮개)가 따로 없어 비행기가 뒤집히면 조종사가 그대로 추락했다. 1911년 미국 비행장교 벤저민 파울루아가 처음 안전벨트를 장착했다. 자동차의 경우 1950년대에야 2점식 안전벨트가 옵션으로 적용됐다.

차량의 여러 정보를 앞유리 또는 전면의 디스플레이에 비추는 HUD도 군용 항공기에서 먼저 사용된 기술이다. 조종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눈앞에 투사함으로써 전방에서 시선을 떼지 않게 만든 것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2017∼2019년) 동안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7명은 졸음운전을 하거나 전방주시 태만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HUD가 탑재된 차에서는 주행 경로, 도로 교통표지판 정보 등을 전면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보다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

현재 자율주행 분야 핵심 기술로 불리는 레이더 등 센서 기술도 항공기에서 먼저 사용돼왔다. 또 ‘오토 파일럿’이라고 불리는 항공기 자동항법기술은 조종사가 직접 조종하지 않아도 일정한 비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의 원조 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항공기 자동항법기술도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시스템이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난기류가 예상되거나 발생해 경로를 변경해야 할 때는 조종사 개입이 필요하다. 아직 항공 기술도 완전 자율운항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5단계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차가 되려면 항공기 오토 파일럿 기능 이상의 기술과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 계열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또 이제는 자동차업계가 항공업계의 고유 영역이었던 ‘하늘길’도 넘보고 있다. 지난 1월 현대차그룹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0에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비전을 선보인 바 있다. 일본 토요타, 독일 다임러 등도 UAM 상용화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재의 항공 기술이 미래의 자동차 기술’이란 말이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린 얘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자동차 기술에서 탄생한 비행 기술을 만나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