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산업부·외교부 등 분석협의
대선뒤 결정하면 국제사회 눈총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의견 수렴 과정에서 미국의 한국 지지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기사회생 가능성이 살아난 가운데 정부가 이르면 30일, 늦어도 미국 대선 전까지 유 본부장의 사퇴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유명희 WTO 사무총장 만들기는 문재인 대통령이 전폭적으로 지원사격해온 청와대의 역점 외교 사안인 만큼, 중도 하차는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청와대의 기류지만, 적지 않은 회원국이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한 결과를 존중하는 편이 낫다는 목소리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유관 기관이 실시간으로 사무총장 선거 판세와 회원국 동향 등을 분석·협의하고 있으며 금명간에 WTO 사무총장 선거 전략을 확정할 예정이다. WTO는 11월 9일 특별일반이사회를 개최해 사무총장을 추대할 계획이다. 미국 대선 이후 한국이 향배를 결정한다면 여타 WTO 회원국들은 한국이 미국만을 의식한 계산적인 행보를 보인다고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버티기’에 무게를 실은 배경에는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만큼 미국 대선 이후 회원국 지지도가 유 본부장으로 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29일 “선호도 조사 결과가 곧 결론은 아니며 특별이사회 등 공식절차가 남았다”고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반면 미국이 이례적으로 나이지리아 후보를 비토한 것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WTO 무력화 시도라는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상당한 상황에서 문 정부의 고심은 깊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 일각에서는 ‘아름다운 퇴장’이 유 본부장의 당선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더 긍정적으로 만든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편 유 본부장과 경쟁 중인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29일 트위터에 “회원국들로부터 가장 크고 광범위한 지지를 받은 후보자로 표명된 점을 매우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일시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우리는 11월 9일로 예정돼 있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주·장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