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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

잡지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뭉쳐 ‘화성 스마트시티’를 건설한 기사를 보았다. 화성에서 지구인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오데식 돔을 짓고, 3D 프린팅 기술로 건축자재를 만들고, 영화 ‘마션’처럼 수경재배 방식으로 토마토, 고구마, 감자 등을 길러 먹는 것이다.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다는 건 그것을 실현할 방법도 곧 마련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것이 호그와트에 가는 마법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 기사를 본 이후로, 나는 줄곧 화성에 가서 사는 머지않은 우리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렇지만 내게는 행성 이주가 여전히 먼 소리처럼 느껴졌다.

나는 과학소설(SF) 작가지만 ‘행성 이주’를 자주 상상하지 않는다. SF를 쓴다고 해도 각자가 가장 좋아하는 소재들이 있는데, 나는 행성 이주나 식민행성보다 지구 자체가 멸망하고, 그곳에서 인간이 살아남아야 하는 아포칼립스를 더 자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난으로 멸망한 지구를 두고 인류가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난다’는 설정이 내게는 언제나처럼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인터스텔라’면서도, 우주와 낯선 행성을 생생하게 재현했다는 것이 재미있는 것이지 병충해로 식량난에 허덕이는 인류가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나는 것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인류는 행성 이주를 언젠가 도달하게 될 해결방법으로 생각한다. 지구의 수명이 다하면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아 떠나면 되는 것쯤으로. 그렇지만 나는 여기에 의문을 던지고 싶다. 지구를 떠나면 지구의 문제가 해결될까? 우리는 결국 또 다른 지구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행성 이주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구의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돼 식민행성을 만들어 그곳에서 나무를 벌목하는 인간들을 그린 소설이 있다. SF의 명작이라고 불리는 어슐러 K 르 귄의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황금가지)이다. 1972년 중편으로 발표돼 네뷸러상, 로커스상 후보작에 오르고 휴고상을 받으며 1976년 장편으로 다듬어져 출간된 이 책은, 소설 속 지구인들이 지구와 자연환경이 비슷한 ‘애스시 행성’을 식민지 및 군사 기지로 삼으며 그곳에 원래 있던 토착주민들과 전쟁하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 ‘아바타’와 유사하다.

작중 인물 ‘데이비든슨’은 군 지휘관으로서 인물 중 가장 추악한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주는데, 그는 토착주민들을 미개하게 여기며 그들을 살해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이 모습은 인간이 무분별하게 파괴했던 지구의 생태계와 그로 인해 피해를 받은 동물들의 구도와 다르지 않다. 지구와 멀리 떨어진, 굉장히 낯선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우리가 이미 지구에서 저지른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 역시 화성에 가는 인류를 꿈꾼다.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화성으로 가는 여행은 얼마나 멋지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여행이 아닌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면 그것이 우리의 유토피아가 될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결국 또 다른 지구를 만들게 될 테니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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