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병원 이사장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생명과학기술연구원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국회, 농촌 현장과의 유기적 협업을 통해 우리 농업을 견인하는 가교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생명과학기술硏 이사장 취임한 김병원 前 농협회장

“농업에 적성 맞는 젊은이들
대중화 안 된 특화작물 재배
‘틈새 농업’하면 충분히 승산”

"농업은 생명과학이자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산업이라고 확신합니다. 비록 코로나19 영향으로 농업이나 농촌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녹록하지 않지만, 모든 농업계가 뜻을 모은다면 우리 농업인의 저력으로 반드시 결실을 볼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최근 한국생명과학기술연구원을 설립, 이사장에 취임한 김병원(67·사진) 전 농협중앙회장. 각계 전문가그룹과 함께 농업?농촌의 희망과 지속 가능한 대안 마련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겠다는 그의 목소리와 표정에는 의욕과 자신감이 넘쳤다.

김 이사장은 "농촌은 일자리 창출에 최고의 블루오션"이라며 "‘청년 농부’를 적극 발굴해 최고의 농부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 한걸음이라도 함께 가라’ 등 자신이 펴낸 4권의 저서 인세 1억6000만원으로 두 차례에 걸쳐 78명의 청년 농부를 육성했으며 올해도 30명을 추가로 모집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농업이 적성에 맞는 젊은이들이 농촌에 가서 대중화하지 않은 특화작물을 선택해 재배하는 틈새 농업을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안보를 중시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은 총과 칼보다도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5%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농업이 이끄는 식품산업 규모는 세계 전체적으로 볼 때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을 합한 것을 능가합니다."

그는 힘으로 농사를 짓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더 이상 농업을 노동집약형으로 생각해선 안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농업은 갈수록 기술이 발전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산업으로서 농업의 가치를 인식하고 부가가치를 향상해야 합니다"

김 이사장은 연구원의 5대 주요과제로 청년 농업인과 농바이오산업의 육성, 생명산업과 접목한 융·복합산업 연구, ICT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농업 모델 발굴 및 컨설팅,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과제 및 정책 개발,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재해 보험제도 연구 등을 제시했다.

"마부작침(磨斧作針)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끈기 있게 노력하면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농협중앙회장 재임 시 농촌 현장이나 사업장을 찾아 소통하는 ‘현장 회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무실보다 들녘에 나서면 문제점과 해결방법이 보인다"며 취임 후 연간 농촌 현장과 계열사 등을 방문한 게 200여 회, 이동 거리는 10만㎞ 정도다. 서울∼부산을 120회 정도 왕복한 셈이다. "중앙정부와 국회를 비롯해 전국을 무대로 현장 중심의 농정 활동을 펼쳐 우리 농업과 농촌의 혁신을 이뤄 냈습니다".

특히 "농협은 농업인이 주인이고, 농업인을 위한 조직"이라면서 농민의 소득증대를 위해 남달리 힘써왔다. 농촌 부흥은 결국 농가소득에서 판가름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농협중앙회장 취임과 동시에 ‘연간 농가소득 5000만 원 달성’을 위해 전념했다"며 "농가 추곡수매 희망물량을 전량수매 등 쌀 공급량 조절을 통해 쌀 가격을 19만 원대로 회복시킨 것이 대표적인 성과"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1978년 말단 직원으로 농협에 입사해 3선 조합장, NH무역 대표이사, 농협양곡 대표이사에 이어 호남 인사로는 처음으로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돼 농업발전에 이바지했다. 2016년에는 국제협동조합농업기구(ICAO) 회장으로 선출되는 등 세계적인 농업계 지도자로서 폭넓은 활동도 펼쳤다. 지난해 9월에는 ‘협동조합의 노벨상’ 격인 로치데일 공정 개척자 대상을 수상, 한국 농업인의 자긍심을 세계에 드높였다.

김 이사장은 지난 20일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농업공로훈장도 받았다. 1886년 제정된 프랑스 정부의 농업공로훈장은 농식품 분야 발전에 공헌한 개인과 단체에 주는 상이다. 그는 재임 기간 한국과 프랑스의 농업·금융 분야 발전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 이사장은 "프랑스 정부의 훈장 수훈은 우리 농민들과 10만 농협인이 함께 이뤄낸 성과"라며 "이 훈장을 농업과 농촌을 지키고 있는 농민과 농협인들에게 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글·사진 =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