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종편 자본금 편법 충당을 인정한 MBN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행정처분 결정을 앞두고 있다. 최악에는 승인 취소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어 방송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 방통위, 행정처분 임박

은행서 550억 차명대출뒤
임직원 명의 주식 사게 해
승인취소·영업정지 가능성

TV조선 등도 재승인 긴장

종합편성채널이 출범 9년 만에 큰 위기를 맞고 있다. MBN의 편법 자본금 충당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처분이 임박한 가운데 최악의 경우에는 승인 취소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어 방송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통위는 28일 MBN의 행정처분에 앞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했다. 방통위 회의실에 출석한 장 회장은 “회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청문까지 하게 돼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시청자나 MBN 직원을 고려해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MBN은 2011년 종편 출범 당시 납입자본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약 550억 원을 은행에서 차명 대출받은 뒤 임직원 명의로 자사주를 사들이고도 재무제표를 거짓으로 작성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 7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유상 매경미디어그룹 부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류호길 MBN 공동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장 회장의 아들인 장승준 MBN 공동대표는 벌금 1500만 원, MBN 법인은 벌금 2억 원을 선고받았고, 장 회장은 회장직을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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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회장은 이날 차명주주를 이용해 자본금을 납입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종편 4개사가 한꺼번에 1조 원가량 투자금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최초 승인 시에는 불법 행위에 대해 알지 못했다. 2018년 8월 금융감독원 조사 시점에서 관련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통위는 “장 회장은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경영진을 해임하지 않고 장 대표를 매경신문사 대표로 승진시키는 등 책임지는 자세가 부족했다”고 지적했고, 이에 대해 장 회장은 “세대교체를 고려한 결정이었지만 생각이 짧았다. 방통위에서 가이드라인을 주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현재로는 명백한 위법 사항으로 인해 승인 취소나 영업 정지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법 18조에 의하면 방송사업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받았을 경우 이를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업무 정지, 광고 중단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승인 취소나 영업 정지는 곧 방송이 중단되는 것을 의미한다. 종편의 한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방송 환경에서 6개월이 아니라 1개월만 방송이 멈춰도 그 타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방통위 결정에 모두가 주시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승인 취소를 받더라도 1년간 방송사업을 유지할 수는 있다. 또 행정처분에 불복해 MBN이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이번 결정이 방송계에 큰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새어 나오고 있다. 승인 취소의 경우 새 사업자 선정을 놓고 방송계가 다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또한 지난 4월 방통위로부터 ‘조건부 재승인’됐던 TV조선(사진)과 채널A도 재승인 심사와 관련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재승인 당시의 조건은 연간 법정제재 건수가 5건 이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TV조선이 현재 6건, 채널A가 5건이다.

방통위는 29일 상임위원 논의를 거쳐 30일 MBN 행정처분 의결을 위한 전체회의 개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