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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참수’ 사건으로 촉발
에르도안 “당신들은 파시스트”

OIC “무함마드 풍자 만화 규탄”
카타르,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
獨총리 대변인 “명예훼손” 비판
伊총리 “마크롱과 완전 연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독설이 촉발한 프랑스와 터키의 감정싸움이 유럽권과 이슬람권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다양한 국가 지도자들이 양측을 옹호 또는 비판하면서 가세해 21세기에 유럽과 이슬람권 간의 ‘십자군 전쟁’ 양상이 돼 가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6일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이슬람 종교행사에서 “당신들(유럽 지도자)은 진정한 의미의 파시스트로, 당신들은 나치와 연결돼 있다”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5일 프랑스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던 교사 사뮈엘 파티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잔혹하게 살해된 뒤 마크롱 대통령이 연일 ‘라이시테(정교분리)’ 강화 등 ‘분리주의와의 전쟁’을 선포한 데 대한 반응이다.

또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럽 내 무슬림들이 2차 세계대전 전 유대인처럼 린치(집단 괴롭힘)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묘사하면서 “유럽은 마크롱 주도의 무슬림에 대한 증오 캠페인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마크롱 대통령을 공격하던 것에서 유럽 지도자들로 공격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4일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마크롱은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고 비판한 데 이어 25일에도 “정신과 치료를 받으라”고 공격한 바 있다. 이에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이 “터키가 프랑스를 향해 증오를 부추기고 있으며, 무례와 모욕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대응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 같은 강경 발언은 무슬림 사회에서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는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고 종교기관인 원로신학자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 세계에서 현명한 사람들의 의무는 사상 및 표현의 자유와는 아무 상관없이 극단주의자들에게만 도움을 주는 모욕을 규탄하는 것”이라면서 마크롱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슬람권 최대 국제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도 교사 파티가 수업에서 활용했던 무함마드를 소재로 한 풍자만화를 규탄하면서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신성모독을 정당화하는 것을 비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의 임란 칸 총리도 이날 트위터에서 “마크롱은 테러리스트가 아닌 이슬람을 공격함으로써 이슬람 혐오를 조장하는 길을 택했다”고 비난했으며, 요르단의 이슬람행동전선은 마크롱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쿠웨이트와 카타르 등에서도 상점에서 프랑스산 제품을 진열대에서 빼는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반면 유럽권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이 지나치다고 비판하고 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신과 치료’ 발언에 대해 “완전히 용납할 수 없는 명예훼손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교사에 대한 “이슬람 광신도의 끔찍한 살인”이 이뤄진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전날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도 트위터에 프랑스어로 “마크롱 대통령과 완전한 연대”라고 적으면서 “개인적인 독설은 EU가 터키와 함께 추구하려는 긍정적 어젠다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해결책을 멀어지게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설은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