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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 경영시대’ 전문가 제언

재계 전반에 ‘세대교체’ 바람
기업 보는 사회적 시점 변해야
징벌적 수준 상속제 손질 필요

기업도 기술인재 양성 등 노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를 계기로 재계에 3·4세 총수 경영 체제가 본격화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제2 도약을 위해 대내외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세계 경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 총수들의 노력과 함께, 반(反)기업 정서와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지나치게 과도한 상속·증여세 등 각종 규제 등 기업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엄중한 시기에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7일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주요 대기업의 창업주 및 1·2세 기업인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우리 기업들도 중요한 변곡점에 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들어 삼성을 비롯해 롯데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주요 그룹의 경영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한화그룹·GS그룹 등 재계 전반적으로 세대교체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총수 교체와 코로나19 사태 등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영 환경 개선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지순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삼성과 같은 기업보다 더 큰 기업이 더 많이 나오기 위해서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물론 국내 대기업들이 그동안 잘못한 것도 분명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세계에 나가 ‘일류 기업’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반기업 정서와 기업의 목을 조이는 사회 환경에서는 이런 기업들이 더 이상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제도와 함께 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이제는 달라져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새로 총수 자리에 오른 젊은 경영인들이 창업세대와는 다르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3·4세 경영자들은 교육도 잘 받았고 글로벌 역량과 감각은 오히려 이전 세대보다 뛰어나다”며 “3·4세 경영자들이 전 세대보다 (경영을)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계와 학계에서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계기로 징벌(懲罰)적 성격이 강한 상속세 제도를 이참에 손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번 기회에 우리 상속세 제도를 손봐서 적어도 다른 나라 수준으로, 최고 세율 3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며 “‘부(富)의 대물림’이라는 정치권 논리에 밀려 말을 못하고 있지만, 과도한 상속세를 물리는 데 대해 ‘기업이 국가를 위해 돈을 버는 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대기업 총수들의 위법이나 범법에 얽힌 문제 중 상당수가 상속과 연결되는 부분으로, 오히려 편법을 늘리게 된다”며 “증여세를 폐지하면 기업 환경이 오히려 더 건전해지고 기업 경영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기업들 역시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기술 확보와 이를 위해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노력, 인재양성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했다.

김태준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이건희 회장 성공의 핵심은 바로 인재 경영이었다”며 “인재 경영과 시스템 경영은 복잡해진 현대 기업 환경에서 경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으며, 경영이 시스템적으로 받침이 돼야 기업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환·김온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