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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건중 1건꼴 실제 상표등록
“특허청, 관련제도 개선해야”

최근 모 지상파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가 된 경북 포항 ‘덮죽’을 다른 업체가 고스란히 베낀 뒤 먼저 상표를 출원해 비판이 잇따른 가운데, 이 같은 ‘악의적 상표선점행위’가 최근 5년간 연평균 34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4건 중 1건꼴로 실제 등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제2의 덮죽’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특허청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구자근(국민의힘) 의원이 특허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악의적 상표선점행위 의심자의 특허 출원 건수는 2015년 439건, 2016년 390건, 2017년 311건, 2018년 315건, 2019년 259건 등 최근 5년 평균 343건에 이르렀다. 악의적 상표선점행위란 타인이 사용 중인 상호 또는 브랜드를 상표로 선점해 타인에게 팔거나 합의금 등을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간 악의적 상표선점행위 의심자의 출원이 실제 등록까지 간 사례는 연평균 89건으로, 악의적 상표선점행위 의심자의 출원 중 4분의 1인 26%에 이른다.

실제로 인기 캐릭터 ‘펭수’의 경우 EBS가 펭수의 상표권 등록을 하지 않는 동안 제3자가 먼저 출원하기도 했다. 2019년 12월 일반인 A 씨가 출원한 데 이어 B 씨가 화장품, 기저귀 등 40여 가지 펭수 관련 상표를 출원했다. 펭수의 제3자 출원은 총 19건에 달한다. 이 중 14건이 취하·무효, 2건은 의견제출 통지(부정목적 출원)됐지만, 3건은 심사가 진행 중이다.

악의적 상표선점행위 출원은 ‘소녀시대’ 같은 걸그룹명부터 ‘구글’ ‘트위터’ ‘카카오톡’ 같은 기업이나 브랜드명, ‘보람튜브’ 등 유명 유튜브 채널 이름까지 다양하다. 특허청은 악의적 상표선점행위를 관리하기 위해 의심자 리스트를 작성해 감시하고는 있지만, 근절까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허청이 관리 중인 악의적 상표선점행위 의심자는 올 8월 기준 67명에 달하는데 이들의 특허 출원 건수는 2만3802건으로 1인당 평균 355건을 출원했다. 2013년에는 1명의 악의적 상표선점행위 의심자가 총 9916건을 출원하기도 했다.

구 의원은 “악의적 상표선점행위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데 특허청의 대응은 미흡하다”며 “악의적 상표선점행위 의심자를 철저히 관리하고, 이들의 상표 등록을 막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