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에 소신발언… 보수 눈도장
가장 유력한 야권 잠룡 떠올라
강경 보수 받아들일지 미지수

국정감사장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법을 어겼다”는 소신 발언을 쏟아낸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보수 진영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야권 일각에서는 추 장관과 여당이 윤 총장을 공격할수록 이른바 ‘윤석열 대망론’이 점화되는 모양새다. 야권과 보수는 물론 중도층까지 결집할 수 있는 카드로 윤 총장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23일 국민의힘은 전날 윤 총장의 일부 발언을 두고 “윤 총장이 사실상 정계 진출 의사를 드러낸 것 아니냐”고 술렁였다. 윤 총장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감장에서 정계 진출 의향을 묻는 말에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한 발언을 가리킨 것이다. 윤 총장은 정치하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도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정계 진출 권유를 받고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은 “윤 총장이 결심한다면 가장 파괴력 있는 야권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윤 총장이 전날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박탈과 검찰 인사 등을 정면 비판할수록 정치적 자산도 급속히 불어났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진영이 쪼그라들면서 중도층 흡수 여부가 대선 승패를 가름할 핵심 변수”라며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모두 사퇴 압력을 받을 만큼 중립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윤 총장이 강경 보수층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관측도 동시에 제기된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 구속에 직접 관여한 윤 총장에 대한 강한 반감이 남아있다. 일부 야당 정치인들도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벌여온 윤 총장에 대해 “대선 후보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를 그렇게 모질게 못살게 굴던 사람을 우파 대선 후보 운운하는 것은 아무런 배알도 없는 막장 코미디”라고 밝혔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