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1조687억 순매도
코스피 매수 규모도 60%대로
빅히트 등 공모 실망감도 확산

與도‘3억원 불합리’정부 압박
靑은“기존입장 달라진 것 없다”

주식시장 하락세를 뒷받침해왔던 개인투자자 ‘동학개미’가 올해 첫 ‘팔자’로 돌아섰다. 정부가 22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을 한 종목당 보유액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완화하는 기존 시행령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연말 ‘패닉 장세’에 대한 동학개미들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대주주 요건이 3억 원으로 하향될 경우 8만여 명이 41조 원 규모의 주식을 내놓는 투매가 벌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개인투자자는 이달 들어 21일까지 1조687억 원을 순매도했다. 동학개미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내내 ‘사자’를 유지했다. 코스피 개인 매수규모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70%대에 달했지만 이달 들어 60%대로 하락하며 줄었다. 고객예탁금 실질 유출입도 이달 들어 20일까지 1조1000억 원이 빠져나가며 올해 처음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은 “개인이 주도세력 지위에서 물러날지 눈여겨봐야 할 국면까지 왔다”고 밝혔다.

동학개미의 투자심리 악화에는 대주주 기준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주주 판단 기준일이 12월 30일,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정은 가족합산을 폐지하겠다는 입장 외에 대주주 요건을 놓고서는 논란만 거듭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주식양도 소득세 부과 기준 3억 원은 이미 2년 반 전에 결정돼 시행령이 개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주주 요건 3억 원이 너무나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부가 제시한 3억 원을 바꿀 계획이 없는가”라고 질의한 데 따른 답변이다. 앞서 청와대도 지난 20일 “그동안 밝혀온 정부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못박았다.

동학개미는 대주주 요건이 3억 원으로 유지될 경우 연말 패닉장 속에 갇힐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현행법상 일반 주주들은 증권거래세(매도금액의 0.25%)만 내면 되지만 대주주로 분류되면 주식을 매도할 때 양도차익의 22~33%(지방세 포함)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연말에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한 ‘슈퍼 개미’들의 투매가 쏟아질 가능성이 커지는 대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3억 원 이상 10억 원 미만 보유 주주 수는 8만861명으로, 보유금액은 41조5833억 원이다. 이는 전체 개인투자자 보유 주식 총액(417조8893억 원)의 9.95%를 차지한다. 10억 원 이상 특정주식 보유 대주주(199조9582억 원)와 견줘봐도 약 20%를 차지한다. 개인 투자심리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이달 5일 58조 원에서 20일 52조 원으로 줄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이달 5일 63조 원에서 1조 원가량 빠졌다. 공모주 열풍과 맞먹는 실망감이 크게 작용했다. 개인투자자들이 하반기 공모주 청약에 수십조 원을 투입한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의 주가는 줄줄이 하락세다. 빅히트의 경우 21일 지난 15일 상장 첫날 최고가 35만1000원 대비 49% 하락한 17만9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SK바이오팜도 최고가 대비 주가가 40.07%, 카카오게임즈도 47.64% 내려갔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