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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파울 힌데미트

26세때 바이올린→비올라 전향
실내악곡·협주곡 등 다수 작곡
중저음·고음 모두 표현 가능한
비올라 음색의 매력 발산케 해

악기마다 특징이나 약점을 갖고 골려 먹는 농담들이 있다. 오르간에는 “연주 중에는 신의 장엄함을 체험하게 하지만 연주를 마치고 나면 신의 자비를 깨닫게 해준다”는 말이 있다. 언뜻 거룩하게 들리는 이 말의 진짜 의미는 오르간이라는 악기는 웅장하고 성스러운 소리를 내지만 막상 오래 듣고 있자면 괴롭다는 의미다. 덩치가 큰 하프에 관한 조크도 있다. “하프와 노인의 공통점은?” 정답은 차에 타고 내리기가 힘들다는 것. 내친김에 하나 더. “바이올린을 도둑맞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비올라 케이스에 넣어둔다”다. 비올라는 바이올린만큼 고가의 악기도 아니고 보통 사람들은 무슨 악기인지조차 잘 모르는 존재감이 약한 악기라는 놀림이다.

비올라는 바이올린과 닮았지만, 그보다는 조금 크고, 첼로보다는 많이 작다. 음역으로는 바이올린보다 완전 5도 낮고 첼로보다는 한 옥타브가 높아 튀는 악기가 아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화려한 테크닉의 솔로 파트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심지어 음악가들조차도 오케스트라 안에서 비올라의 소리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바이올린의 저음인지 첼로의 고음인지 그 소리를 명확하게 구분해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리 보면 바이올린의 고음과 첼로의 중저음부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오케스트라나 현악사중주에서는 바이올린의 날카로운 고음과 첼로의 진지한 저음을 블렌딩하며 꽉 찬 하모니에 도달케 하는 가장 중요한 악기임이 틀림없다. 현악사중주에서 각 악기의 역할을 와인에 비유하는 표현이 있는데 비올라의 역할과 위상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제1 바이올린은 사중주단의 얼굴을 상징하는 라벨, 제2 바이올린은 뉘앙스와 내적 표현을 의미하는 코르크 마개, 첼로는 그 모두를 담아내는 보틀, 그리고 비올라는 본질을 의미하는 와인 그 자체를 의미한다. 절대로 저평가 받을 수 없는, 주목해야 할 악기임이 분명하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그늘에 가려 존재감 없었던 비올라가 독주 악기로서 위상을 드러낸 것은 20세기 이후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했던 사람은 독일의 작곡가이자 비올리스트 파울 힌데미트다. 힌데미트는 1895년 독일의 하나우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에 재능을 보인 그는 겨우 22세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가극장의 콘서트마스터로 취임할 만큼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또한 17세부터 정식으로 작곡을 공부해 20세 전후에 피아노, 클라리넷, 호른을 위한 3중주, 현악 4중주, 첼로 협주곡 등을 작곡한 열정 있는 청년 작곡가이기도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26세가 되던 해 그는 돌연 비올리스트로 변신, 현대음악만을 연주하는 아마르 4중주단을 창단해 국제무대에서 성공적인 활동을 펼쳤다.

교향곡과 오페라, 실내악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남겼지만 힌데미트 자신이 비올리스트였기에 비올라를 위한 굵직한 작품을 여럿 남겼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백조고기를 굽는 사나이’

파울 힌데미트의 첫 번째 비올라 협주곡으로, 3대 비올라 협주곡으로 꼽히는 작품. 다소 기괴해 보일 수 있는 제목 ‘백조고기를 굽는 사나이’는 독일의 민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3악장에 등장하는 ‘그대들은 백조고기를 굽는 사람이 아닌가?’라는 내용에서 따와 작품의 부제가 됐다.

중세의 풍각쟁이(풍금을 돌리는 사람)가 돌리던 풍금의 손잡이는 백조의 머리나 모가지 모양으로 장식된 경우가 많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백조를 꼬치에 끼워 굽는 모습과도 같아 이렇게 이름이 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