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개 부품업체 실태 조사

68%가 “환경변화로 매출 감소”
미래차용 생산·개발 16%뿐
개발 - 양산까지 32개월 걸려
양산기업 17%만 “수익 낸다”

국내 내연기관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 체계)을 만드는 부품사 10개 중 7개 꼴로 전기차 체제 전환에 따라 매출 축소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매출 500억 원 이하의 부품사 중 미래차 부품 생산이나 개발을 시작한 곳은 16.1%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전기차 등 이른바 미래차 혹은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의 현실은 이처럼 따라잡기에 역부족이어서 실효성 있는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자동차공학회,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자동차산업연합회’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제10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을 개최했다.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용원 본부장은 포럼에서 국내 185개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시행한, 이런 내용의 자동차 부품산업의 미래차 전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내연기관 파워트레인 제조 부품업체 중 68.2%는 미래차 전환으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다고 답했다. 연 매출 500억 이하 부품기업 중 미래차용 부품을 생산하는 곳은 6.9%, 개발 중인 곳은 9.2%로 생산과 개발을 합쳐도 16.1%에 그쳤다. 185개 기업 전체의 전기차 전환(개발단계+생산단계) 비율도 39.6%에 불과했다.

미래차 부품 1개를 생산하려면 개발비용 5억2900만 원, 설비비 11억6100만 원 등 13억1500만 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미래차 부품개발에서 양산까지 평균 32.8개월, 최장 84개월이 걸려 부품사들은 투자금 회수나 재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래차 부품 양산 단계까지 진전된 기업조차 수익을 내는 곳은 17.8%에 그쳤다.

응답 기업의 69.4%는 미래차 연구·개발(R&D)을 위한 정부 지원을 이용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지원요건 복잡(39.2%)’,‘지원규모 미흡 또는 과도한 자사 부담(22.8%)’ 등이 이유였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장은 “이상에 치우친 정책보다 현실적 정책이 필요한 시점” 이라며 “규제 위주의 친환경 정책은 인센티브 대책과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독일·프랑스·영국·일본·중국 등은 자국산 전기차에 유리한 방향으로 보조금 정책을 펴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올해 상반기 기준 전기 승용차 보조금 43.3%를 테슬라가, 전기버스 보조금 34.9%를 중국산 버스가 가져가는 등 한국 전기차산업 발전에 역행하는 쪽으로 정책이 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