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6월 강원 속초시 평생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아동·청소년 친화공간조성 워크숍’에 참석한 아동들이 본인들이 희망하는 문화공간에 대해 의견을 내며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날 워크숍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지어진 아동·청소년 친화공간 ‘꿈이랑’ 공간 조성이 지난달 23일 개관했다.

속초시 아동·청소년 친화공간 ‘꿈이랑’

작년 고성·강릉 등 휩쓴 화마
피해 아동 극심한 불안·우울
함께 어울려 노는 공동체 필요

12억 투입 舊 교육청 리모델링
동아리·체육실 등 다양한 공간
“마음도 치유하고 꿈도 키워요”

“체력을 기르고 싶어. 헬스장이 있으면 좋겠고, 수영장도 좋을 거 같아.”

“공부방도 꼭 필요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이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했어.”

“방탈출, 룸카페, 포토존 이런 건 어떨까? 친구들이랑 새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

지난해 6월 29일, 강원 속초시 평생교육문화센터에 모인 지역 내 초·중·고교생 및 학교 밖 청소년 20여 명은 ‘청소년 복지시설 공간 조성’ 문제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속초시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옛 교육청 건물을 활용해 아동·청소년 친화공간 ‘꿈이랑’을 건립하기로 했는데, 이날은 아동들로부터 실제 필요한 공간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워크숍’이 열렸다.

아동들은 복지시설 내 꼭 만들어야 하는 공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공간이 필요한 이유와 공간이 가진 장점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했다. 워크숍에는 가톨릭관동대 건축학과 학생들도 참여해 아동들의 의견을 들어가면서 조감도를 만들어줬다.

아동·청소년 친화공간 ‘꿈이랑’ 건립은 지난해 4월, 강원 지역에 덮친 대형 산불 때문에 시작됐다. 당시 고성·속초·강릉·동해·인제 일대를 휩쓴 화마는 산림 2832㏊와 주택 566가구에 피해를 입혔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재난은 개인들의 재산을 앗아갔고, 사회간접시설과 생활수단 전반에 걸쳐 큰 손실을 남겼다. 산불 피해에 아동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산불 피해를 경험한 아동들은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감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강원산불 피해지원을 위해 모금된 후원금 중 4억5000만 원을 5차례에 걸쳐 92가구 148명의 아동에게 지원했다. 하지만 개별 아동에 대한 지원만으로는 부족했다. 산불피해로 신체적, 심리적 위험에 노출된 아동들이 트라우마를 회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동들이 함께 어울리고 놀 수 있는 공동체적 공간이 필요했다. 속초시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한건축사협회가 3자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아동·청소년 친화공간 ‘꿈이랑’ 건립을 서두른 이유다.

이미지 크게보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7억 원가량을 모금하고, 속초시에서 5억 원의 예산을 집행해 총 12억700만 원의 예산을 바탕으로 공사가 시작됐다. 강원 지역 내 건축사 사무소에서도 기자재 물품 구입과 설계자문 등 재능 기부를 통해 공간 조성에 힘을 보탰다. 워크숍을 통해 나온 북카페, 상담실, 동아리방, 놀이공간 등에 대한 아이들의 의견은 설계 과정부터 공간 구석구석에 반영됐다.

그리고 지난달 23일 강원 속초시 중앙로에 아동·청소년 친화공간 ‘꿈이랑’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지상 2층 공간(534㎡)으로 북카페, 동아리실, 상담실, 야외공연장, 체육시설 등 다양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기존 아동·청소년 시설은 속초시 외곽에 위치해 방문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새로 생긴 ‘꿈이랑’은 산불·화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아동들이 재학 중인 7개 학교 밀집 지역에 위치해 접근성이 매우 우수했다. 지역 내 아동·청소년의 많은 관심과 방문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꿈이랑’ 워크숍에 참여했던 한 고등학생은 “우리만의 공간이 생겼다고 하니 기분이 정말 좋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자유로운 방문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친구들과 자주 가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아동기에 겪은 트라우마가 제대로 치유되지 못한다면 아이들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아동·청소년 친화공간 ‘꿈이랑’이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시대의 빛과 거울이 될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해 오늘도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사랑을 베푸는 선생님들의 값진 사연을 전해 주세요. 제보 및 문의 : teac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