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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철 국제부 차장

오는 11월 3일에 치러질 미국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패색이 짙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개 경합주에서 재선 가능성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서서히 태우고 있다. 6개 경합주의 선거인단은 101명으로 미 대선 승리에 필요한 최소 과반인 ‘매직넘버’ 270명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6개 경합주는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20명), 미시간(16명), 위스콘신(10명) 등으로 구성된 동부의 ‘러스트 벨트’와 플로리다(29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애리조나(11명) 등을 일컫는다. 이들 6개 주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 격전 중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한 플로리다에는 그 표심 향방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선거인단을 확보한 캘리포니아(55명)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며, 그다음인 텍사스(38명)는 공화당의 텃밭으로 불려 이번 대통령 선거의 변수가 될 수 없다. 세 번째인 플로리다는 2000년 이후 4번의 선거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승부를 서로 주고받았다.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대선 후보는 조지 W 부시 공화당에 플로리다에서 불과 327표 차이로 무릎을 꿇었다.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한 대선에서는 플로리다에서 0.9%포인트 차이로 신승을 거뒀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3주 전까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3.7% 열세를 보였지만, 최종적으로 1.2%포인트 차이로 대선에서 이겼다. 플로리다의 반전을 발판으로 삼은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번 대선 역시 플로리다의 표심을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플로리다의 인구분포에 있다. 첫째, 플로리다의 인구분포도에서 쿠바계 이민자 출신의 히스패닉은 24%에 이른다. 또, 아프리카계를 포함한 흑인 인구도 17%다. 2015만 명의 플로리다 전체 인구에서 유색 인종 비중은 40%를 넘는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분포도에서 흑인과 히스패닉의 평균 비중인 20%보다 현격히 높은 수치다. 특히 미국 내 히스패닉의 65%는 대부분 민주당을 지지하는 데 반해, 플로리다 내의 히스패닉 대부분은 이전에 쿠바의 사회주의를 피해 이주해 온 쿠바계 히스패닉으로서 이들은 공화당 지지 경향을 보인다. 두 번째로, 플로리다는 군·공무원·경찰·교원 등의 국가 연금을 받는 노인 비중이 상당히 높은 주다. 이는 플로리다가 개인 소득세가 없는 미국 내 7개 주 중 하나이며 개별소비세 비중이 미국에서도 가장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내에서 플로리다는 안정적인 연금 수혜자들이 노년을 보내기 위해 이주해오는 곳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으로써 트럼프를 지지하던 노인층의 지지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최근 플로리다는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등의 카리브해 히스패닉의 이민자가 급증해 빈부 격차가 갈수록 확대됨으로써 공화당 표가 많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 다만 플로리다의 여론 지지율은 바이든 후보가 현재 1.2%포인트로 앞섰지만, 이는 오차범위 안으로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2016년 대선 때와 비교하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더 유리한 국면이다. 올해의 미 대선도 공화-민주 양당의 플로리다 선거 승패에 주목해 본다면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