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따라 서울남부지검이 라임 수사팀을 전원 교체할 방침으로 알려진 가운데 20일 오전 추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라임 지휘권 박탈당한 尹, 일선에 독립성 주문
남부지검, 수사검사 교체나서… 수사 방해 논란

윤석열 검찰총장이 ‘라임 비리’ 의혹 등 수사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박탈 직후 “일선 검사들을 믿는다”며 흔들림 없이 권력 비리 수사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검의 라임 사건 수사팀이 전원 교체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미애 장관이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검찰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20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총장은 전날 오후 5시쯤 3쪽 분량의 수사지휘 서신을 받고 주변 간부들에게 “나는 검사들을 믿는다”며 “금융비리 사건은 서민들의 피눈물을 빼고 특권층만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특히 “총장은 지휘권이 배제되지만 검사들이 흔들림 없이 잘해줄 것을 믿는다”고 거듭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일선 검사들에게 지휘 라인의 성향과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공명정대한 수사를 당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후 대검찰청은 공식 입장을 통해 “수사팀은 검찰 책무를 엄중히 인식해 대규모 펀드 사기를 저지른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 모두를 철저히 단죄해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전날 라임 및 윤 총장 가족·측근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찰청 지휘를 받지 않고, 결과만을 총장에게 보고하라는 지시를 통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또 남부지검도 라임 비리를 수사 중인 검사들을 차례로 교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 장관이 라임 수사를 흔들고 있다는 평가가 검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인사는 법무부와의 교감 속에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지검은 이날 기존 라임 사건 수사를 맡으며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했던 최성준 주임검사를 형사4부로 발령냈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1월 금융사건을 전담하던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폐지했다. 지난 8월에는 중간 간부 인사를 통해 라임 사건을 수사하던 이정환 남부지검 2차장, 조상원 형사6부장을 교체했다. 당시 윤 총장은 라임 사건의 수사 연속성을 위해 유임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추 장관이 라임 비리 수사팀을 지휘 라인에 이어 일선 검사들까지 친정부 성향 검사들로 채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부지검 오현철 차장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경희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최측근으로 불린다. 박순철 남부지검장도 의정부지검장 당시 윤 총장 장모인 최모 씨를 기소한 인물이다.

염유섭·이희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