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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

국민의 혈세 7000억 원을 들여 전면 개·보수해 2022년 11월까지 연장 운영키로 했던 월성원전 1호기를, 경제성이 없다는 억지 이유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행한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가 임박했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부응해 폐쇄를 주도한 주무 부처 산업통상부 백운규 당시 장관을 비롯한 공무원과 한수원 관계자들의 조직적 증거 인멸, 은닉 시도 등 명백한 범법 행위를 발견하고 이들을 형사고발·징계조치 등의 문책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진다. 감사 과정에서 ‘처음’으로 겪어 보는 엄청난 대내외의 저항에도 진실을 밝혀 내려고 한 최재형 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야말로 자유민주 체제 수호의 용사들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인 자유는 진리를 먹고 산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한다’는 명제는 결코 경전(經典)의 명구에 머물지 않는다. 학문을 거짓 위에 세울 수 없다. 기자의 사명은 진실을 파헤쳐 보도하는 것이다. 사법권의 독립은 판사가 옳은 것을 옳다고 판단, 선언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데 있다. 좀 더 고양된 진실을 찾는 공직자의 책무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감사원의 독립은 형식적·법적으로는 보장된다.

그러나 그 보장은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는 거대한 물결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는 결연한 결단으로 더욱 강해진다. 일시적 거짓은 혹시 일시적 면피나 면책은 될지언정 거대한 역사의 쓰나미를 막지는 못한다. 조만간 결국은 오욕이나 징계, 탄핵이나 형벌로 돌아온다. 학계든 언론계든 법원이나 공직이든 이를 담당하는 구성원들이 각자가 본연의 진실 발견의 독자성을 발휘할 때 자유민주주의는 살아 움직인다. 각자가 자기 영역에서 독자성을 지니는 부분들은 전체로 어우러져 단연 전체주의 독재 체제에 대한 수월성으로 나타나는 법이다.

민주적 중앙집권제·인민의 전위대인 당의 영도가 진리로 통용되는 인민민주주의나 민중민주주의에서는 인민이나 민중 등 다수 지배의 외모에 붙이는 민주주의의 이름에도 불구하고 위로부터의 지시는 거짓에 기초했더라도 진실로 통용되며 믿고 따른다. 이러한 ‘1984’ 체제는 자유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이길 수 없다.

결국, 정부 부처나 공기업 등을 상대로 하는 회계감사나 직무감사나 진실대로 감사하는 감사원의 판단과 결정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 작용한다. 신격화된 제왕적 대통령의 지도를 따르는 거대 여당이 지배하는 국회, 코드 인사로 채워진 행정부·사법부, 검찰개혁·검경수사권 조정의 이름으로 순치된 검찰 및 경찰과, 정부의 비호를 받는 조직된 노조와 전교조가 장악한 교육계, 코드 인사가 장악한 공기업 및 국민연금, 그리고 개정 상법 등 다양한 규제 입법을 통한 사기업 통제 장치 마련 등 전 국가적 통합체제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장치인 삼권분립, 사법권 독립,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형해화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최 원장이 이끈 감사원의 월성 1호기에 대한 진실 발견과 결단은, 육상병단에 합류하라는 정부 명령을 거스르며 12척의 배로 330여 척의 왜적 선을 쳐부수고 울돌목 해전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의 쾌거를 상기하게 한다. 이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시들지 않고 다시 크게 숨통을 트게 된다. 나아가 억지 논리에 기초를 둔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하는 일대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