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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흔히 오해하기 쉬운 것이 있다. 교육학에서 말하는 교육의 정의(定義)에 대해서다. 많은 사람이 교육을 ‘개인의 인격 완성을 통해 올바른 시민을 육성하는 과정’쯤으로 인식하나 행동주의 교육학에서는 전혀 몰가치한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행동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것뿐이다. 가르치다 보니 많이 배울수록 더 나쁜 짓을 하는 인간이 많다는 뼈저린 경험칙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법원 판사라면 누구보다 많이 배운 수재 집단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인가, 요즘처럼 이 나라의 법원과 판사들에게 질려버린 적도 많지 않을 것이다. 대법원 청사 앞에 정의(正義)의 여신상 ‘디케’가 눈을 가린 채 법전과 저울을 들고 있는 것은 특정 권력에 휘둘리지 말고 중립을 지키라는 상징적 의미다. 대한민국의 판사들은 이를 거꾸로 받아들인다. 정의의 여신이 모처럼 눈을 가리고 있으니, 이 틈을 타 마음껏 저울을 속이자는 식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대법원 판사들은 얼마 전 “거짓말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허위 사실 공표가 아니다”라는 황당한 판례를 만들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면죄부를 줬다. 같은 당 은수미 성남시장에게도 부정행위에는 눈감은 채 항소장 부실 기재라는 멋쩍은 이유를 달아 무죄를 선고했다. 대통령을 형이라고 부르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게는 “받은 것도 있지만 준 것(?)도 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조국 동생에게 돈을 전달한 심부름꾼은 유죄인데, 정작 돈을 챙긴 동생은 무죄가 됐다. 문 대통령을 비판한 사람의 무죄는 유죄로 뒤집히고, 천안함 괴담 유포자는 유죄가 무죄로 둔갑했다. 이 밖에도 셀 수가 없는 정권 참여자들이 법원을 자신의 불법 행위를 정당하게 세탁하는 장소로 악용하는 중이다.

이재명 지사에게 무죄를 준 대법원에 대해 오죽 기가 막혔으면 어느 현직 판사가 “인공지능(AI)이 판사를 대체해야 한다”고 신앙고백 했겠는가. 그러잖아도 소설가이며 사회평론가인 복거일 씨는 오래전부터 AI 판사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자신도 소송을 2번 해봤는데 겪어보니 현 사법 체계를 믿기 어렵다면서 사람보다 로봇을 더 신뢰하게 됐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이 나라가 진정으로 ‘사법 정의’를 희구한다면 AI 판사제를 진지하게 검토해볼 때가 왔다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