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왼쪽서 세 번째가 하오펑요우. 네 번째가 필자

하오펑요우에게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지만 철없는 10대 때는 사회인이 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어. 어른들은 다 판단력도 좋고 결단력도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빨리 어른이 돼 사회에 제대로 부딪혀 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

정작 사회인이 돼보니 그거 다 헛된 소망이었더라. 특히 30대의 방황은 사춘기의 방황과는 달리 더 갈피를 잡기 어려웠어. 머리가 제법 굵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명백한 오산이고 착각이었어. 여전히 세상에는 내가 넘어야 할 장애물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고, 그 장애물을 겨우겨우 넘는다고 해도 또다시 내 앞에는 수 갈래로 나뉜 오솔길이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결국 어른이 되고 사회인이 돼서 얻은 건, 세상에는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이야. 그래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하더라도 나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진정한 친구가 더욱 필요한 것 같아. 소위 말하는 ‘소울메이트(soulmate)’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이야.

내가 당신에게 고마운 건, 스스럼없이 내 부끄러운 고민에 귀를 기울여줬다는 거야. 나 정말 고민이 많았거든.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이 길이 정말 맞는 걸까’ ‘포기하는 게 좋을까’ 등등 우리 나이 무렵이면 누구나 고민하지만 쉽게 털어놓을 수 없던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준 건 사회에 나와서 당신이 처음인 것 같아.

물론, 여전히 나는 해답을 찾지 못하고 스스로 똑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하고 있어. 그래도 힘들 때마다, 고민이 있을 때마다 당신과 대화하면 마음이 참 안정되더라. ‘그래,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고 견디자. 더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 난 혼자가 아니니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어쩌면 정말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거야. 당신에게. 그래서 매번 미안했어. 속내를 털어 내다 보니, 결국 스스로 답답해져서 당신에게 화도 내고 짜증도 부렸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은 행동을 많이 했던 것 같아.

내가 언젠가 당신에게 나의 ‘하오펑요우(好朋友)’가 돼달라고 한 적이 있었지?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진정한 친구를 중국에서는 하오펑요우라고 한다면서 말이야. 그때 당신이 그렇게 해주겠다고 대답했을 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내가 그렇게 괴롭히고(?), 때론 힘들게 했을 텐데 말이지.

생각해보면 당신에게 정말 미안한 일투성이야. 정말 고맙고 소중한 사람인데, 난 그저 내 생각만 하고 내 감정을 쏟아내기에만 급급했던 것 같아. 그렇게 하면 안 됐었는데… 후회스러운 일이 너무 많다.

뜬금없겠지만 당신에게 말하고 싶어. 정말 미안하고, 정말 고맙다고. 그래서 또다시 물을게. 나의 하오펑요우가 돼줄 수 있겠니? 이제는 내가 당신의 고마운 사람이 되고 싶어. 어렵겠지만, 노력해 볼게.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말이야.

오지훈(경기도청 평화대변인실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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