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들끓는데… 현명치 못한 처사” 비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외출을 삼가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7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눈총을 샀다.

BBC,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여왕은 15일 손자 윌리엄 왕세손과 함께 잉글랜드 남서부의 영국 국방과학기술연구소(DSTL)를 방문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던 지난 3월부터 남편 필립공과 런던 인근 윈저성에서 화상으로 업무를 처리해 왔는데, 이날 7개월 만에 외부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여왕은 이날 DSTL을 둘러보며 과학자와 직원들을 만났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여왕과 윌리엄 왕세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버킹엄궁 대변인은 방문 전 의학적 조언을 받았고 연구소와 협력해 필요한 예방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또 여왕과 만난 이들 모두 사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여왕의 행사 참석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왕실이 마스크를 착용해 모범을 보였어야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영국 왕실에서는 이미 찰스 왕세자가 지난 3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회복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국은 수도 런던 등에서 오는 17일부터 술만 판매하는 펍과 바의 영업을 금지했고, 공공장소는 물론 야외 정원 등에서도 다른 가구와의 만남을 금지하는 일부 봉쇄령이 시작될 예정이다. 영국의 저명 방송인 피어스 모건은 트위터에서 여왕의 이날 행보에 대해 “미안하지만 바이러스가 들끓고 나라가 또 다른 봉쇄로 향해가는 상황에서 왕실로서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