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총기난사 22명 숨지게해
쇠락 도중에 코로나 타고 반전

추종자 하원의원 후보로 뽑혀
유럽으로 번지며 세력 더 확장

미국 대선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극우세력의 뿌리에는 음모론이 자리 잡고 있으며, 여기에는 비주류 하류 문화의 대표적인 ‘큐아논(QAnon)’이 중심에 놓여 있다.

미국 주류 정치권에 편입을 시도하고 있는 큐아논은 이제 영국·독일·스페인 등에서도 과격한 시위를 펼치면서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위험한 집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13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큐아논의 추종자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이 지난 8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로 선출되는 등 올해 미국 상·하원 선거에서는 큐아논 이론에 지지를 표명하는 후보 14명이 출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큐아논은 미국 에너지부의 최고 기밀등급인 ‘큐(Q)’와 익명을 뜻하는 ‘어나니머스(Anonymous)’의 합성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줄어들고 있었던 큐아논이 부활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덕분이다. 지난해 8월 백인우월주의자의 무차별 총기 난사로 22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뒤 수사당국이 큐아논의 서식지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차단하면서 고사 직전에 처했다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음모론 유행과 함께 다시 살아난 것. 큐아논은 공포에 빠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스크 착용은 효과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백신을 팔려고 일부러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등의 뜬소문을 퍼뜨렸다.

그러면서 큐아논은 정계를 비롯해 연예계, 월가까지 글로벌 엘리트 집단들이 비밀리에 아동 성 착취를 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만이 비밀리에 이들을 물리치고 있는 ‘구원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큐아논은 2016년 대선 당시에도 한 남성이 아동 성매매 장소라면서 총을 들고 워싱턴DC의 한 피자가게를 찾아가는 ‘피자게이트’를 만들어낸 당사자다. 당시 이 피자가게는 성매매와는 무관한 장소였다.

문제는 이런 큐아논의 마수가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까지 뻗어가면서 점점 과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의 혼란한 틈을 타 큐아논 역시 바이러스처럼 퍼지고 있다”면서 “큐아논은 어느덧 독일에 세계 두 번째로 큰 세력을 구축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처럼 양당이 치열하게 대립하지도 않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72%라는 높은 지지율을 올리는 독일에서 큐아논이 성장했다”며 “마치 나치당이 음모론을 퍼트리던 어두운 과거를 떠올리며 독일의 ‘제국 시민운동’과 같은 극우단체들이 큐아논을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큐아논을 단순한 음모론 집단으로 간과할 상황이 아니다. 큐아논의 영향력은 온라인에서만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독일 하나우에서 총기 난사로 11명이 사망한 사건에서도 용의자는 큐아논이 주장하는 음모론을 그대로 읊었다.

전문가들은 “마치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듯 여러 음모론을 혼합하고 조합하는 접근법이 터무니없거나 억지스러운 주장도 연관성이 있어 보이게 만든다”면서 “큐아논은 최근 인터넷상에서 매우 성공적이고 위험한 음모론 집단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