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명수 대법원장이 7일 오전 시작된 국정감사를 받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 文정부, 무리한 정치보복 수사

“적폐수사 실체 공개 부담감에
김명수 사법부, 재판 오래끌어”
106건 중 45건 최종판결 안나
무죄 받아도 이미 범죄자 낙인

문재인 정부 1호 공약인 ‘적폐청산’으로 무더기로 촉발된 수사 및 재판과 관련된 무죄율이 일반 형사재판보다 월등히 높은 배경에 대해 “정권 교체와 함께 정치 보복성 조사와 고발 등이 각 부처에서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무리하게 진행된 수사가 적잖다는 뜻”이라는 반응이 법조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7일 문화일보가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과 공동으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뤄진 ‘국정농단 의혹’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 적폐수사 재판 106건 진행 경과를 전수조사한 결과, 일반 재판에 비해 1심 재판 무죄율은 15.8%로 2019년 기준 일반 1심 형사 재판 무죄율(3.10%)의 5배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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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사법부 개입 빌미를 제공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14건의 경우 주로 무죄 판결이 났다. 법원행정처에 재판 자료를 넘겼다는 혐의(공무상비밀누설죄) 등 으로 지난해 3월 기소된 이태종 전 법원장 및 임성근·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340여 일 만인 그다음 해 모두 무죄 판결이 났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도 313일에 걸친 재판 끝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개입을 지시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지난해 2월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은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시 기소됐던 한 법관은 무죄 판결 이후 “이미 파렴치한 중대한 범죄자로 낙인찍혀 버렸다”고 토로했다.

평균 재판 기간도 1·2·3심의 경우 각각 265·168·323일을 기록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평균 1∼3심 형사재판 기간은 156·159·87일이다. 1심만 놓고 보면 재판 기간은 2배 수준으로 장기화됐다.

박근혜 정부 인사들을 겨냥한 ‘국정농단’ 재판(최순실 포함 청와대 관계자 사건 19건)이 대표적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 횟수 등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2018년 3월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503일 만인 지난해 8월 1심 재판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았다. 또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세월호 상황 보고와 관련해 위증한 혐의로 2018년 3월 기소된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은 503일이 지난 지난해 8월 1심 재판서 징역 8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도 다르지 않다.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 등으로 2017년 4월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그다음 해 2월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고, 그해 3월 항소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기소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2018년 1월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그해 2월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722일이 지난 올해 1월 말 대법원은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무리한 수사뿐 아니라 ‘김명수 사법부’가 연일 무죄 판결이 내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재판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전직 판사는 “재판 초기 일주일에 2차례씩 공판기일을 지정해 변호인들이 항의할 정도로 법원이 속도를 냈는데도 재판이 장기화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무죄 판결에 대한 법원의 부담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로 무너진 사법부의 독립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