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김광현. AP뉴시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32)에게도 포스트시즌 첫 경기 선발 확정은 놀라운 소식이었다.

30일(한국시간)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현지 취재진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28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서 단체 사진을 찍고 라커룸에 들어온 뒤에 내가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 선발이라는 걸 알았다. 솔직히 떨렸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긴장한 상태다.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광현은 다음 달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현지 언론은 세인트루이스의 파격적인 선택에 놀란 모습. 그러나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김광현이 정규시즌에서 잘 던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고, 대부분 김광현의 1차전 선발 기용을 이해하고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김광현은 3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로 맹활약했다. 김광현은 특히 선발로 등판한 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1.42로 더 뛰어난 투구를 했다. 더구나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선 신인이지만, KBO리그에서는 신인이던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없이 큰 경기를 치른 에이스다.

김광현은 “한국과 미국은 분명히 다른 무대다. 그래도 한국에서 포스트시즌을 자주 치렀기에 어떻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지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에서의 경험이 내일 1차전 등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평소처럼 활기차고 즐겁게 공을 던질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정규시즌에 피홈런이 3개에 불과하다”는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 김광현은 “선발 투수는 선취점을 내주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하다. 홈런을 가장 쉽게 실점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낮게 던지려고 노력했다”며 “포스트시즌에서는 점수가 많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팀 불펜이 좋으니까, 이기는 상황에서 공을 넘겨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광현은 올해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 탓에 스프링캠프가 폐쇄되고, 메이저리그 개막은 7월에야 이뤄졌다. 김광현은 7월 25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개막전에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세이브를 거뒀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 구단 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세인트루이스는 7월 31일부터 8월 15일까지 보름가량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김광현은 그러나 위기를 잘 넘겼고 이후 선발진에 부상 공백이 발생, 김광현의 보직은 선발로 이동했다. 김광현은 예기치 않은 신장 경색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가뿐하게 극복했다.

김광현은 “정말 값진 경험을 했다. 우리 팀이 11번 더블헤더를 치르고, 17일 동안 격리 생활도 하는 등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위기에서 강해지는 동료들을 보면서 ‘세인트루이스에 오길 잘했다’라고 생각했다”며 “이런 역경을 이겨낼 정도라면, 우리 팀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허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