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방한계선(NLL) 남쪽 해역에서의 해군과 해경 활동에 대해 도발을 협박하고 나섰다. 북한은 27일 ‘남조선 당국에 경고한다’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숱한 함정, 기타 선박들을 수색 작전으로 추정되는 행동에 동원시키면서 우리 측 수역을 침범시키고 있다”고 밝히고 “우리의 응당한 경각심을 유발하고 또 다른 불미스러운 사건을 예고케 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군에 의해 사살·소각된 유해를 찾으려는 작전에 대한 명백한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그러나 북한 측은 이런 협박을 행동에 옮긴 적이 많았기 때문에 총력을 다해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군의 수색작업은 북방한계선 남측 지역에서 진행되는데도 북한이 이런 태도를 보인 것은 NLL 대신 자신들이 2007년 NLL 남쪽에 일방 선포한 경비계선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억지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무슨 엉뚱한 소리냐”라고 즉각 반박하며 북측에 NLL 준수를 요구하고, 이번 보도에 대해서도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 정부가 입을 닫으면 북한 의도대로 NLL 무력화(無力化)가 관철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정부가 NLL을 포기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입을 닫았다.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은 27일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 후 브리핑에서 “남과 북은 각각의 해역에서 수색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만 했을 뿐이다. 청와대의 이런 태도는 ‘9·19 군사합의 때 북한이 NLL을 인정했다’던 그간 입장에도 의심을 갖게 한다. NLL은 1953년 유엔군 사령관이 선포한 기준선으로, 북한도 수십 년 동안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북한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해상 경계선으로 인정했지만, 이후 무력화 시도를 해왔다. 문 정부가 수색 실효성 없음 등의 핑계로 수색 작전을 종료하거나 축소하려 든다면, 북한 협박에 항복하는 일이다. 한·미 연합전력을 토대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NLL을 더욱 굳건히 지킬 의지와 역량을 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