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소강석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은 “감염병 사태를 계기로 신앙과 예배 본질을 붙잡고 한국 교회가 새로워져야 한다”며 “부흥의 꽃을 피우는 데 희생의 밑거름이 되겠다”고 했다. 김낙중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새 총회장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감염병 빙자 예배 제한에 분노
일부 교회에서 확진자 잇달아
국민 불안케 하면 안되니 조심

목사는 정권 하수인 되면 안돼
어떤 공격 받아도 저의 길 갈 것”

“한국 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괴물을 만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국민 분노의 화살이 교회에 쏟아지고, 내부는 흩어지고 깨어졌습니다. 이렇게 어려울 때 제가 총회장이 된 까닭을 생각합니다. 한국 교회를 다시 세워야 하는 막중한 소임에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입니다.”

국내 개신교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새 총회장으로 선출된 소강석(58) 새에덴교회 목사. 그는 “남들은 영광의 꽃길을 간다고 여길지 모르겠으나, 허허벌판 갈대들이 쓰러진 길을 가며 공교회를 세우는 일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강박감이 짓누르고 있다”고 고백했다.

지난 23일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만난 소 목사는 목이 쉬어 있었다. 새 총회장으로서 이곳저곳을 방문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한편으로 ‘두려운 영광’을 ‘복음의 세움’으로 이끌기 위한 고민이 깊은 탓이었다.

그는 교계에서 ‘맨발의 소명자’로 불린다. 특별한 학벌이나 집안, 교회 배경 없이 목회의 길을 개척해왔기 때문이다. 전북 남원 출생인 그는 유교적 분위기가 강한 집안에서 신학 공부를 반대해 가출했다. “그 이후로 줄곧 비주류의 길을 걸었습니다. 우리 합동 교단에서도 개혁 쪽은 조선 시대로 말하면 서자인데, 그 출신인 제가 경선도 없이 총회장이 됐으니 감격스러운 일이지요.”

그는 스스로 비주류라고 했지만, 꽤 오래전부터 한국 교회 차세대 지도자로 꼽혀왔다. 교회 내부에서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고 외부 세상과 열정적으로 소통하며 한국 개신교를 새롭게 부흥시키려는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가 1988년 서울 가락동 지하에서 시작한 새에덴교회는 용인에 자리 잡고 신도 4만여 명의 교회로 성장했다.

소 총회장은 “우리 교회가 새로워지기 위해 교단들이 하나의 리더십, 하나의 메시지를 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시다시피, 저는 다른 교단 총회장들의 후배입니다. 장자(長者) 교단인 합동 총회장이라는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형님’ 총회장들께 부탁드릴 것입니다. 다른 것은 양보할 테니 한국 교회를 세우기 위해 연합하는 일만큼은 동생 말을 들어달라고.”

그의 대정부 자세와 관련, 교회 정치 세력의 양극단에서 상반된 평가를 한다. 현 정부에 지나치게 유화적이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꼴보수 오적패’의 하나 라는 공격도 있다. “목사는 종교 지도자다워야지 정권 하수인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수 정권에서 종교 관련 법과 제도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전면으로 맞서 싸웠습니다. 그러나 정책 담당자들과 만나서 설득하는 노력을 함께했습니다. 현 정부에서도 김진표 의원 등을 통해 여당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공교회 공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공격을 받더라도 변명하지 않고 제 길을 갈 것입니다.”

그는 정부가 감염병 방역을 이유로 교회 예배를 제한한 것에 대해 “목사로서 억울하고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셧다운 방역’을 지속하면서 감염병을 빙자해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파시즘 정치를 한다면 교회가 들고 일어서는 게 당연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일부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한국 교회 전체가 국민의 미움의 대상이 된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종교는 국민 영혼을 위로하는 게 본질입니다. 종교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면 안 되니, 억울하더라도 이웃의 생명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조심해야 할 때입니다.”

소 총회장은 개신교계가 국회에 발의된 ‘포괄적 차별 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이유가 잘 전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별이 없는 세상을 이루는 데 종교가 앞장서야 합니다. 그런데 이 법은 차별 금지라는 솜사탕을 내세워 너무 많은 독소조항을 품고 있습니다. 소수를 위한 평등을 위한다며 다수를 역차별하는 강제성을 띠고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 잘되라고 훈계해도 자녀가 기분 나쁘다고 하면 차별로 처벌받는다니,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새에덴교회는 지난 2007년부터 6·25 참전 해외 용사들을 초청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는 행사를 펼쳐왔다. 감염병 사태가 발생한 올해도 온라인으로 세계 각국을 연결해 진행했다. “고난의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저는 안보와 남북관계는 보수가 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환상적 자주 노선에 사로잡혀서는 안 되지요. 그렇지만 평화와 통일의 꽃길을 여는 데 민간 교회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 소명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시인 목회자로도 유명하다. 다수의 작품이 노래로 만들어졌으며, 윤동주문학상과 천상병 귀천문학대상을 받았다. 음악을 좋아해서 설교 중에도 가요를 소개할 정도이다. “시와 노래는 상대방을 품는 여유를 갖고 소통을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그는 문학과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사랑과 용서, 화해와 은총의 꽃을 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