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사이즈’ 중국 장강 한가운데로… 크루즈 타고 ‘세 개의 협곡’ 훑는다[박경일기자의 여행]](http://image.munhwa.com/gen_thumb/202405/2024050201032412048001_300.jpg?v=20240503012548)
이미지 크게보기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최남단 하이난성은 7월 1일부터 시행된 새로운 쇼핑 정책인 쇼핑 면세 한도액 조정과 면세상품 품목 확대로 면세 쇼핑객이 급격히 증가했다. 사진은 지난 8월 하이난성 싼야시에 있는 한 면세점 모습. 연합뉴스
美·中서도 빈부격차 심화
美 400대 부자 자산 8% 늘어
실업자 1300만명은 소득 불안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콜센터와 2곳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아만다 왕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이 급감하면서 결국 지난 7월 약 120명 직원의 월급을 30% 삭감했다. 정부로부터 받은 세금 감면과 고용보조금으로는 수익 감소를 충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 씨는 시내 고급 미용실 15만 위안(약 2600만 원)짜리 연간 회원권 갱신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소득 감소를 메우기 위해 갖고 있는 6채 아파트 중 1채를 팔기도 했다. 반면 왕 씨의 기업에서 일하는 리얼핑 씨는 수입이 줄면서 월급 3500위안(60만 원)의 상당 부분을 아이 교육비에 쓰고 있다. 리 씨는 “지금은 제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라며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모든 돈을 저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8일 발표한 ‘포브스 400대 미국 부자’ 순위에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1790억 달러(213조 원)의 순자산으로 1위를 기록했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1110억 달러(132조 원)로 뒤를 이었다. 이들 외에도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인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미국의 ‘슈퍼 리치’들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대형 기술주가 급등하면서 오히려 역대 최다 수준으로 자산을 불렸다. 400대 부자들의 자산 총합은 3조2000억 달러로 전년보다 8% 늘어났다. 반면 미국 경제는 역대 최악의 경기 위축 속에 여전히 1300만 명이 넘는 실업자가 소득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에서도 빈부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에 저소득층이 실업 직격탄을 맞으며 소득이 급감한 반면 고소득층과 자산가들은 오히려 안정적 일자리와 자산가치 상승 등으로 부를 더욱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발생했지만 가장 빨리 회복한 중국은 지난 2분기 경제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데 이어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명품 소비는 두 자릿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고급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은 2분기에 매출이 65% 증가했고, BMW 등 고급 승용차 소비도 지난 5∼6월 25%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저소득층은 국내외 수요 감소에 따른 일자리 불안과 감봉 등으로 수입이 급감하면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실제로 중국 5000가구 대상 조사에 따르면, 연봉 30만 위안(5200만 원) 이상 고소득자는 지난 2분기 소득이 증가한 반면 그 이하는 모두 감소했다. 특히 연봉 5만 위안(870만 원) 이하 소득자들의 소득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이징대 조사 자료를 인용해 “지난 6월 도시 거주자 11%가 실업 상태였고, 10%는 근무량이 없거나 불충분한 것으로 나타나 같은 달 실업률 5.7%를 훨씬 상회했다”며 “고소득층은 코로나19 방역 기간 재택근무 등을 통해 일자리를 유지한 반면 농민공을 포함한 수억 명의 저소득층은 실업과 소득 감소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중국의 빈부 격차가 더욱 심화하는 이유는 정책 문제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유발을 우려해 저소득층에 대한 재난지원금 등 대규모 현금 지급 정책을 꺼리고 있다. 또한 정부가 대량 감원을 막기 위해 기업들에 세금 감면과 고용보조금 지급 등을 하고 있지만 지원 규모가 적은 데다 일자리 불안이 가장 심각한 수억 명의 농민공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근 공영라디오 NPR와의 인터뷰에서 저금리 기조 유지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사태가 미국 경제의 불균형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저축 자금이 부족한 저임금 근로자들은 장기 실업에 매우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큰 힘을 사용하는 것은 부유한 국가로서 당연한 의무”라며 “사람들이 가진 것을 모두 잃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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