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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와 경찰 이관을 재확인했다. 이는 2017년 대선에서 이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와 경찰 이관을 접하면서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우선, 왜 문 정부는 기를 쓰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려는 것인가? 정녕 국정원의 적폐청산과 개혁 때문인가? 국정원 개혁의 본질은 그동안 정치권력의 입맛에 부응하는 정보활동을 전개해온 고질적 병폐인 ‘정보의 정치화(politicized intelligence)’와 단절하고 국가정보기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성과 활동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대공(對共)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강도 높게 개선하고 내·외부 통제를 강화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무리하게 추진하는 배경은 뭔가?

다음으로, 경찰은 대공수사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역량이나 준비가 돼 있는가?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전에는 대공 수사를 경찰과 군이 전담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비전문가들이 대공 수사의 지휘부를 차지하고 보안경찰 인력이 50% 이하로 줄면서 경찰의 대공 수사 역량이 급속히 쇠락해 버렸다. 물론, 아직도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의 70% 이상을 검거할 정도로 우리 내부의 안보 수사 역량이 뛰어나다. 그러나 대공 수사의 핵심인 간첩 검거에서는 국정원이 89%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경찰의 간첩 수사 역량과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국정원은 경찰에 비해 대공 수사 노하우와 신문 기법, 대북 정보 분석, 해외 방첩망 운영, 간첩 통신 해독 및 대공 과학 정보 역량 등 여러 면에서 뛰어나다.

하지만 경찰은 현정부 출범 직후 대공수사권 이관 방침을 접하고도 경찰의 대공 수사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긴커녕, 지난 3년간 전국의 보안경찰 인력, 특히 대공 수사를 담당하는 보안수사대 인력의 4분의 1이나 대폭 감축해 왔다. 이는 명백히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 경찰의 대공 수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이는 최근 3년간 경찰의 국가보안법 사범 검거 건수가 6분의 1로 급감한 사례에서 명확해진다. 여기에다 보안경찰의 사기도 극도로 저하된 상태다. 최근 간첩 수사나 국보법 수사는 손도 못 대고 공공안보 수사라는 이름 아래 탈북자 마약 수사 등에 매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력에 취약한 경찰지휘부가 과연 소신껏 정치권력과 연계된 간첩 사건 등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공수사권을 향후 신설될 경찰청 소속의 국가수사본부 내 안보수사국이 독점 수행할 일이 결코 아니다. 최소한 대통령 소속의 가칭 ‘국가안보수사청’을 신설해서 접근해야 한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와 경찰로의 이관은 기관 이기주의 아닌 국가안보 측면의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정보기관이나 안보 수사기관의 제1 임무는 국가 정보 목표 우선순위(PNIO)에서도 보듯이, 현존하는 북한의 대남적화 위협을 막아내고 국민의 생명과 안보를 지켜내는 일이다. 북한의 대남 간첩공작 총본산인 정찰총국이 환호할 국정원 대공수사권의 폐지는 최소한 경찰의 대공 수사 역량이 정비될 때까지는 중단돼야 한다.

끝으로, 안보 무력화 술책인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를 지시하고 이행에 앞장서는 이들의 이름과 직책, 활동상을 기록으로 남겨 훗날 역사적으로 단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