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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지난 3월 이재명 경기지사가 1326만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부천시장이 트위터에 “87만 부천 시민에게 870억 원을 주기보다 소상공인 2만여 곳에 400만 원씩 주는 것이 낫다”고 썼다. 이 글이 언론에 공개되자 이 지사가 발끈하면서 “부천 시민은 빼고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되받았다. 하지만 이 지사는 이로 인해 자가당착의 함정에 빠지게 됐다. 그의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 철학에는 ‘내 말을 거역하지 않을 때’라는 전제조건이 붙어 버렸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발끈’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가고 있다. 경기도가 적극 추진하는 지역화폐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역화폐가 지역 소비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데 대해 “얼빠졌다”는 거친 표현을 쏟아냈다. 게다가 “청산해야 할 적폐일 뿐”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라는 용어는 정치 보복과 동의어다.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 2위를 다투면서 얻어진 차기(次期)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건가? 이 지사의 태도에 대해 학계의 많은 사람이 그가 권력을 잡기라도 하면 ‘한국판 분서갱유’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물론 전혀 반대되는 평가도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지사가 “조민의 아빠 찬스와 서 일병의 엄마 찬스에는 찍소리도 못하는 주제에…살아 있는 권력이 저지르는 부정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못 한다”며 “실제로는 겁쟁이”라고 평가절하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 ‘겁쟁이’라는 표현에 더 주목하는 편이다. 겁쟁이라면 바로 그 때문에 미래의 이 지사가 더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예가 프랑스 나폴레옹의 휘하에서 내무장관을 지냈던 조제프 푸셰다. 그는 젊은 시절 겁쟁이로 놀림 받았던 인물이나, 혁명 와중에 ‘리옹의 학살자’라는 역사의 평가를 받게 된다.

‘조제프 푸셰 : 어느 기회주의자의 초상’의 저자 슈테판 츠바이크는 “(혁명 당시) 수천 명의 생명이 희생된 것은 쾌감이나 정열 때문이 아니었다. 결단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었다. 오히려 정치인이 비겁했기 때문”이라면서 “유감스럽게도 세계 역사는 용기의 역사일 뿐 아니라 또한 비겁함의 역사이기도 하다”고 서술하고 있다.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