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으로 보긴 조류방향이…”
주민들 사이 의문제기 잇따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 씨가 북한에서 사살되고 시신까지 훼손된 사건이 발생하자 서해 북방도서 지역 주민들은 긴장감 속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가을 어기(9∼11월)를 맞아 꽃게 조업이 한창인 연평도에서 주민들은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쓰면서도 이번 사태가 몰고 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주민들 사이에서는 조류 방향을 보면 이 씨가 월북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연평도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A 씨는 2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연평도 사람들은 너무 북한에 시달리고 온갖 일을 겪어 왔다”며 “그런 일(북한으로부터의 피해)을 무서워하면 연평도에서 살 수가 없지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연평도는 지난 2010년 11월 북한으로부터의 직접 포격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던 곳이다. 당시 북한군이 쏜 170여 발의 포탄이 연평도를 덮치면서 군인 2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이에 앞선 1999년 6월과 2002년 6월에는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침범한 북한군 함정과 남측 해군 함정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전투를 벌인 1·2차 연평해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연평도 주민들은 생계와 생존에 큰 위기를 겪었다.

연평도 주민들은 이 씨가 북한에 닿게 된 과정을 ‘월북’으로 추정한 정부의 설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이 씨가 바다에 빠진 위치가 연평도 남쪽인 만큼 월북 의도를 갖고 바다에 뛰어들기에는 부적절한 방향이었다는 지적이 연평도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조류가 강한 먼 거리의 바다를 수영으로 월북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란 반응이다. B 선장은 “물에 빠진 사람의 표류 방향은 조류 방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라서 반드시 북한으로 흘러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썰물을 타고 가다 다른 부조물에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연평도 인근에서 바다에 빠질 경우 조류에 실려 자연스럽게 북한에 닿을 수도 있다는 추정도 있지만 일단 ‘표류’가 먼저인 만큼 목숨을 건 월북이 아니라는 관측이다. 연평도에서 선박을 모는 C 선장은 “연평도 앞바다에서 빠져 NLL까지 흘러갔다면 그 부근 해역에서 조류가 반대로 도는 만큼 썰물을 타면 북한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