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2일 여야 대표를 찾아 기업 목 조르는 입법 자제를 읍소하고, 정치권은 재계(財界) 대표를 존중하긴커녕 하인 대하듯 한 장면은 충격적이다. 한국 기업들 중에는 세계 일류에 진입한 기업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가장 비효율적이고 저급하다는 평가를 받는 현 정치권에 굽실거려야 하는 현실부터 참담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치(政治)인가. 정치권은 기업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임을 알기나 하는가. 아마존·애플·구글·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미국과 세계 경제를 이끌고, 미·중 패권 경쟁도 화웨이 등 기업을 둘러싸고 벌어진다.

우리나라 경쟁력의 원천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이 세계를 무대로 벌이는 기업 활동에 있다. 그렇다면 정치권도 앞장서 기업 활동을 돕는 것이 국가 경쟁력 높이기 차원에서라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다른 나라 기업들과의 경쟁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의 발목잡기 때문에 전진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제·개정안은 현실을 직시하면 ‘공정경제 3법’이 아니라 ‘기업규제 3법’일 뿐이다. 재계는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 선임 조항 등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해외 투기 자본의 침투 등으로 경영권이 흔들리고, 기업 간의 거래에도 과도한 규제가 가해질 것으로 우려하는데, 단순한 엄살이 아니다.

박 회장은 “기업은 생사의 절벽에서 발버둥치는데 기업을 옥죄는 법안만 자꾸 늘어난다”면서 국회로 여야 대표를 찾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0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비공개로 만났는데 “박근혜 시절에는 더 강한 경제민주화 공약을 만들었다”며 일축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20분 가까이 당직자들과 만났지만 “경제계 의견도 듣겠다”는 의례적 답변만 했다. 여당이 온갖 규제 입법을 쏟아내고 친노조 일변도 노동관계법 개정도 서두르는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선 한국판 뉴딜 계획을 아무리 내놔도 소용 없다. 기업을 이렇게 홀대하면 한국 경제는 절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