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硏 회계부정 의혹 관련
前직원 자수서 낸후 고발인조사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회계 부정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참고인의 자수서를 받고서야 3개월 만에 고발인 조사에 착수해 여론에 떠밀려 보여주기식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김지연 )는 윤 의원이 한국미래발전연구원(미래연) 기획실장 재직 당시 미래연 직원을 백원우 전 민주당 의원실의 인턴 직원으로 허위 등록해 월급을 받게 하는 등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 사건을 지난 6월 배당받았지만, 이번 사건을 처음으로 폭로했던 미래연 회계 직원 출신 김하니 씨의 자수서를 최근 받고서야 고발인 조사에 착수했다. 김 씨는 지난 16일 자수서를 제출하며 “자신도 피의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폭로와 고발이 이어진 지 석 달이 넘도록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직접 자수서까지 썼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자수서 작성 취지와 관련해 “윤 의원의 지시에 따라 불법적인 일들을 다수 저질러왔다”면서 “잊고 살고자 했으나 작년 조국 사태에 이르러 과거 범죄 사실을 떠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김 씨의 자수서에는 윤 의원의 지시로 김 씨가 본인 명의로 개설했던 은행 계좌 내역 등 당시 미래연의 회계 자료가 포함됐다.

특히 언론보도를 통해 김 씨의 자수서 제출 사실이 보도되자 제출 이틀만인 지난 18일 남부지검은 오는 25일 해당 사건의 고발인인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출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지난 6월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에 배당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조치다. 해당 단체는 지난 6월 3일 고발장을 제출했지만, 여태껏 검찰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건의 핵심 관계자이자 피의자가 직접 실명을 밝히고 자수서까지 제출해야 떠밀리듯 수사가 시작된 점을 들어 또다시 ‘보여주기식 뒷북 수사’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검찰 안팎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연이은 ‘찍어내기식’ 인사 조치에 ‘여권 인사가 연루된 비리 수사를 되도록 피해야 한다’는 자조적인 푸념마저 나온다. 미래연 회계부정 의혹 역시 현직 국회의원이 연루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사건 배당부터 수사까지 최근 몇 달간 아무런 진전도 없었다. 지난달에는 검찰 인사로 담당 검사가 바뀌기도 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 기간을 길게 끌 사건이 아닌 데다 피의자가 직접 계좌 내역과 회계자료까지 가져온 마당에 검찰이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은 정치적 사건이라는 부담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