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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한 KBS 주말극 ‘한번 다녀왔습니다’ 주연 이민정

“이러면 어땠을까” 의견주기도
가족들 공감하며 봤던것 같다

드라마 찍으면서 살 되레 쪄
좀 쉬면서 내 몸에 투자할 것

“오케스트라를 마친 것 같은 느낌이에요.”

배우 이민정(사진)은 장장 6개월, 100부작에 걸쳐 방송된 KBS 2TV 주말극 ‘한번 다녀왔습니다’(한다다)를 마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그동안 주로 16부작 미니시리즈를 선택하던 그에게 ‘한다다’는 큰 산과도 같았다. 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그는 깨달았다. 이 산을 홀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문화일보와 나눈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장편 드라마는 처음이다. 내가 치고 나와야 할 때와 쉬어줘야 할 때가 확실했던 작품”이라며 “기존 출연작들이 관현악 트리오나 4중주였다면 ‘한다다’는 오케스트라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민정은 결혼과 출산 후 다소 활동이 뜸해졌다. 엄마로서의 역할에 더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6살 된 아이를 두고 반년 넘는 촬영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 적잖은 부담이었을 법하다. 하지만 아들과 남편인 이병헌은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이자 애청자였다. 이민정은 “디테일하게 ‘매의 눈’으로 잘 봐주었다. ‘이러면 어땠을까’라고 의견을 주기도 하고 가족들이 공감하며 봤던 것 같다”고 했다.

엄마 이민정이 느끼던 연기에 대한 갈증을 알기라도 한 것일까? 제법 의젓해진 아들은 촬영장 가는 그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줬다. 이민정은 “촬영하러 가면서 ‘엄마 빨리 끝내고 와서 놀아줄게’라고 하면 ‘엄마 더 찍어도 돼. 재밌잖아’라고 해줬다”라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다다’는 소위 말하는 ‘막장’ 요소가 없는 가족극으로 호평받았다. 따뜻함을 견지하며 남녀노소가 둘러앉아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였던 터라 촬영장 분위기도 훈훈했다. 이민정은 “KBS가 대기실을 다 같이 쓴다. 출연 배우들이 12시간 동안 같이 있는데, 음식도 나눠 먹고 웃고 떠드는 분위기였다”며 “원래 드라마를 촬영하면 자연스럽게 2∼3㎏이 빠지는데 이 드라마를 하면서는 오히려 살이 쪄서 고민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민정은 ‘한다다’에서 결혼과 이혼, 유산과 출산, 그리고 재회를 겪는 송나희의 다사다난한 삶을 온몸으로 웅변했다. 이미 결혼 후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삶의 경험치를 높인 이민정의 연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데뷔 14년 차인 그에게 ‘이민정의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다. 그래서 그의 다음 행보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린다.

“긴 작품 활동에 체력적으로 거의 고갈된 느낌이다. 우선은 좀 쉬면서 그동안 못했던 내 몸에 투자해야 할 것 같다. 배우로서 작품 활동은 물론, 엄마로서 아내로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 열심히 할 생각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