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강동훈(39)·이자희(여·37) 부부

저희는 대학 교직원과 승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관두고 호주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부부입니다. 저희가 처음 만난 건 언론사 입사시험 준비학원에서였습니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자희 씨가 수업에만 집중했던 터라 저(동훈)는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죠. 서로를 제대로 본 건 종강 뒤풀이 자리에서였어요. 그날 서로 호감을 느꼈습니다.

저희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좀비’입니다. 제가 ‘좀비영화를 보러 갈 계획’이라고 하자, 자희 씨가 “좀비 좋아하세요? 저도 좀비 좋아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자희 씨 역시 좀비 마니아였던 거죠. 저희는 좀비 이야기로 하루를 보내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갔습니다.

얼마 뒤 연인으로 발전했고 2년 가까이 만났죠. 그사이 저는 대학교 교직원이 됐고, 자희 씨는 항공사에 취직해 승무원이 됐습니다. 자희 씨 본가가 경기 수원시로 이사하면서 저희는 자연스럽게 결혼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결혼 4년 차에 ‘호주 정착’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요리사로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던 제가 먼저 교직원을 그만두고 호주로 떠났습니다.

승무원인 자희 씨와 떨어져 있는 날이 많았던 터라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롱디’ 부부생활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더군요. 저희 부부는 1년간의 ‘롱디’ 끝에 결단을 내렸습니다. 자희 씨도 항공사를 그만두고 제가 있는 호주로 넘어온 거죠. 그렇게 함께 호주생활을 시작한 지 9개월이 됐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관두고 호주로 왔지만, 저희 부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복병을 만나 반년째 계획에도 없던 칩거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에 있다고 침체하기보다 기회로 삼으려 합니다. 전 새로운 요리 공부를 시작했고 아내는 부부생활 웹툰을 그리고 있어요. 이 사람과 함께 천천히 걸어가려 합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