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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태 前 서울소년원장님

저는 소년원·소년감별소·보호관찰소·법무부 등에서 근무하고 2010년에 정년퇴직했습니다.

손주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야 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이제야 직장 선배들과 함께 매주 산행을 합니다. ‘산행 사우(四友)’를 통해 동료, 선배들의 근황을 대개 알게 되지만 뵌 지가 오래되고 무소식인 분들도 많습니다.

몇 년 동안 뵙지 못한 김희태 원장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올해 94세며 아들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고 하십니다. 가끔 병원은 다니시지만,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고 기억력도 축나지 않으셔서 건장한 체구에 상대를 압도하는 예전의 아우라가 그대로 다가왔습니다. 제 멘토로 모시던 분이 구순이 넘어도 여전하심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1970년대 서울소년원, 어느 날 청사 벽에 굵고 큼직한 글씨의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가물가물하지만 ‘청소년 문제행동, 행동수정 기법으로 고칠 수 있다’는 문구였습니다.

‘행동수정 기법’은 청소년이 반복해 저지르는 나쁜 행동을 제거하기 위해 바람직한 행동을 증가시킬 때 적용할 수 있는 품행교정 이론입니다. 소년원 선생과 원생 부모님에게 권장하는 원장님의 교육 방침이지 싶었습니다.

당시의 소년원은 보호소년에게 직업훈련과 검정고시, 성행을 교정하는 교육기관입니다만 주 임무는 수용보호, 즉 감호입니다. 원장님은 “운동장에서 실컷 공(축구) 좀 차게 해주세요” “혼자 조용히 있고 싶습니다”라며 속내를 털어놓는 원생들에게 고심 끝에 ‘인간관계 개선 감수성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동료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집으로 돌아가면 재범을 하지 않도록 하는 인성계발 프로그램입니다. 전문 강사와 보조 교사인 제가 원생들과 같이 별도 공간에서 며칠간 숙박하는 기숙형 교육입니다. 그룹별로 훈련을 마친 원생들은 다시 태어난 듯 부드러운 눈빛과 표정, 언행으로 모범적인 소년원 생활을 했습니다.

지금은 일반적인 ‘감수성 훈련’은 참여자들이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자유토론을 통해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인식을 높여 대인관계를 개선하고, 상대방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의 입장이나 태도를 이해할 수 있게 하며,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명확히 표현하는 방법을 자연스레 익히게 합니다.

몇 년 후 서울소년감별소(현 소년분류심사원)에서 원장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원장님은 1980년 법무부 지정 연구과제인 ‘비행소년 감별의 표준화에 관한 연구’를 책임, 주도했습니다. 저도 연구팀원으로 참여했습니다. 2년에 걸친 연구 결실로서 비행소년들의 사회성 측정이라는 우리나라 초유의 기준을 마련하고 감별 절차, 양식, 방법 등을 나름대로 표준화했습니다.

원장님은 직원회의 때마다 “소년원생 교육, 법원 위탁소년 감별의 수준은 직원들의 전문성에 비례한다”며 직원교육에 열정을 쏟았습니다. 외부 강사를 초빙해 직원들에게 다면적인성검사(MMPI), 로르샤흐 등 각종 심리검사 교육을 꾸준하게 계속했습니다. 엊그제 일처럼 교육장 정경이 생생합니다.

“은인자중하고 있는데…” 하시며 언론에 비치는 걸 내처 사양하시는 원장님, 여름이 저만큼 가고 있습니다. 평안 하십시오.

보우회 회원 노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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