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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산업부 차장

“한 달 이상만 근무하면 퇴직급여를 지급하라는데, 이대로 법이 바뀌면 영세사업장은 다 문을 닫아야 할 겁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여당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이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총은 최근 이 개정안의 입법을 반대하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현행법은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4주간을 평균하여 소정근로시간이 주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는 퇴직급여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퇴직급여보장법 제4조). 하지만 이수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7명은 소정근로시간과 상관없이, 근로자의 계속근로기간만 1개월 이상이면 사용자가 퇴직급여를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특히 176석의 무소불위 의회 권력을 아낌없이 휘두르는 민주당 행태를 볼 때, 법제화는 사실상 시간문제란 점이 기업들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 여당이 내세우는 법 개정 취지는 근로계약기간 및 근로시간이 짧은 저소득 근로자도 퇴직 후 안정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하자는 것으로, 당연히 이상론적 명분은 충분하다. 하지만 현 집권세력의 정책 추진 과정이 종종 그렇듯, 이번에도 기존 제도는 과거의 악습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지적은 기득권 세력의 핑계로 치부되는 느낌이다.

우선, 퇴직급여의 본질적 성격은 장기근속에 대한 공로보상인데, 초단시간 근로자에게까지 퇴직급여 수급권을 부여하는 것은 이와 맞지 않는다. 2011년 헌법재판소도 1년 미만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한 것은 평등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일이니, 민주당은 어차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하겠지만 말이다. 또, 우리나라의 퇴직급여 제도는 현 상태로도 이미 세계 최상위권이다. 경영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비교해봐도 국민연금 같은 법정 공적연금 제도가 있는데도 퇴직급여 제도를 법으로 의무화하고, 비용까지 전적으로 사용자가 부담하는 경우는 드물다. 법으로 규정된 경우에는 보통 노사가 일정 비율씩 분담하는 구조다. 일본과 독일의 경우 기업이 전액을 부담하되 임의 제도로 운영하며, 1년 미만 근로자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런 실정인데도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대로 퇴직급여 지급 대상을 무턱대고 확대한다면 기업의 경영 부담을 대폭 늘릴 게 뻔하다. 이 법안이 처리될 경우 연간 퇴직급여 수급자가 628만여 명 증가하고, 그에 따른 기업의 추가 퇴직급여 부담액은 6조7092억 원에 이른다는 게 경영계 추산이다. 이렇게 노동비용이 급증하면 결과적으로 기업의 채용 여력이 상실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해 말 발표된 고용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근로 기간 1년 미만 퇴직자의 78.5%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 52.3%는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했다. 퇴직급여 지급 대상 확대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가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될 거란 의미다. 정부·여당이 수호자를 자처하는 취약 근로계층은 고용 기회 감소로,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은 퇴직급여 부담으로 고통받게 될 것이다. 이런 정책을 굳이 추진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물론 그들은 기업의 우려를 ‘수구·적폐·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몰아세우며 ‘흔들림 없는 개혁 완수’만 외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