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용식 주필

전방위 편 가르기 갈수록 심각
국민 반목 부추기는 주택정책
서울시장 補選에 활용 가능성

호남 출신 앞세운 윤석열 척결
지역감정도 헤집는 최악 행태
의료계와 기독교 공격도 부당

지도자란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다. 그래서 치세보다 난세에 위대한 인물이 많이 나온다. 시대가 영웅을 낳고,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강대국들의 토대를 일군 에이브러햄 링컨, 윈스턴 처칠 등은 모두에게 익숙한 살아 있는 역사다. 대한민국 역시 그때그때 필요한 지도자들이 자물쇠에 맞는 열쇠처럼 등장해 당대 과업을 수행했기에 한 생애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일어설 수 있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많은 위기가 중첩된 힘겨운 시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지도자가 될까. 수많은 리더십 분석이 있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국가 지도자의 근본 조건은 국민을 단결시키는 힘이다. 그래야 국력을 모아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분열의 지도자는 망국을 부른다. 링컨은 자신의 정적들로 내각을 구성해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노예 해방을 이뤄냈다. ‘경쟁자들의 팀(Team of Rivals)’이다. 측근들이 반대하자 ‘텐트 안에서 밖으로 오줌을 누게 하는 것이 그 반대 경우보다 낫다’는 논리로 설득했다. 처칠도 정치적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 전시 거국내각을 구성해 나치 침공에 맞섰다.

문 대통령은 정반대다. 끝없이 국민을 분열시킨다. 입으로만 협치를 되뇔 뿐 정치적 반대세력 배제는 기본이다. 무주택자·1주택자·다주택자를 가르고, 임대인과 임차인 반목을 부추긴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주거계급(housing class) 전술을 구사할지 모른다. 9년 전에 무상급식 이슈로 이긴 경험도 있다. 부유층과 대기업엔 착취 이미지를 씌운다. 자립보다 배급에 의존하는 사람이 많아지게 한다. 1세기 전 러시아 볼셰비키는 농민·노동자가 더 큰 고통에 빠지도록 해야 혁명 동력이 커진다고 봤다.

가장 나쁜 행태는 망국적 지역주의 헤집기다. 수도권과 지방을 갈라치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내치는 데 호남 검사들을 앞세운다. 호남 출신인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은 퇴임 글에서 “검사라는 호칭으로 불리지만 다 같은 검사가 아니다”고 했다. ‘3류 완장’들을 에둘러 개탄한 셈이다. 차기 검찰총장 미끼를 던져주면 더 날뛸 것이다. 호남 배려처럼 보이나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若無湖南 是無國家)’는 영예를 모독하는 행태다.

진정한 지도자는 결코 남 탓을 하지 않는다. 최종 결정을 하고, 결과가 좋으면 모두의 공으로 돌리며, 잘못되면 책임진다. 미국 대통령 집무실 책상이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으로 불리는 이유다. 북한 김정은조차 최근 경제 실패 책임을 자인했다. 문 대통령은 정반대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등 실책이 수두룩한데도 코로나 확산은 교회 탓, 집값 폭등은 지난 정권 탓, 경제 어려움은 세계 탓, 정치 난맥은 야당 탓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결코 미래를 저버리지 않는다. 문 정부는 국채를 마구 발행해 펑펑 쓴다. 고스란히 청년세대가 짊어질 빚이다. 지속 가능한 청년 일자리는 급감하는데, 세금으로 노인·알바 일자리만 늘려놓고 고용 개선이라고 속인다. 문 정권 3년에 ‘헬조선’ 분노는 ‘이생망’ 체념으로 악화했다.

진정한 지도자는 국민에게 정직하다.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솔직히 시인하고 바로잡으면 된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무오류’인 양 버티고 우긴다. 코로나 재확산에도, 의료계 파업에도 정부 책임이 적지 않다. 의대 정원, 의료 불균형, 원격진료 등 쟁점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만, 종합적으로 접근하면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다. 정부의 협상 역량과 설득 노력 부족은 돌아보지 않고 반사회적 범죄 엄단 운운한다. 민주노총의 무소불위 행태에 대해서도 그렇게 했던가. 차제에 기독교와 의료계를 정권에 굴복시키려는 의도까지 의심된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한 보편적 지도자들과는 전혀 다른, 모두의 대통령이 아니라 지지층 대통령을 자처하는 듯한 문 대통령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자유민주주의 안에서의 진보·보수 경쟁이었다면, 문 정권에서는 그 틀을 벗어나려는 경향이 비친다. 문 대통령이 NL계 운동권에 의해 옹립·포위됐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면 인민민주주의 혁명을 지향하는가. 거수기 1당 국회, 법원과 검찰 장악, 관변 언론 발호, 태양광 등 좌파 비즈니스에 국고 퍼붓기, 시장과 경쟁을 적대시하고 공적 소유를 강조하는 정책들, 유별난 친북·친중 성향을 보면 근거 없는 추측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