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어니 엘스가 2002년 영국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131회 디오픈 18번 홀 서든데스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파 퍼트에 성공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디오픈 최종일 4명 공동 선두
4개홀 플레이후 2명 떨어지고
재연장서 파 지킨 엘스 우승
리벳, 佛선수 최초 정상 무산

2002년 7월 영국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든버러시 인근의 뮤어필드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131회 디오픈에 골프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그해 4월 마스터스와 6월 US오픈 타이틀을 차지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인 디오픈에서도 정상에 올라 그랜드슬램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골프 역사에서 마스터스- US오픈-디오픈까지 3개 메이저대회를 연이어 제패한 건 1950년대의 벤 호건(미국)이 유일했다. ‘살아 있는 전설’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1972년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차지했지만 디오픈에서 아쉽게 2위에 머물렀다.

뮤어필드는 스코틀랜드 수백 년 골프 역사의 흔적이 묻혀있는 유서 깊은 골프장이다. 1744년 골프 최초의 동호회(The Honourable Company Of Edinburgh Golfers)가 조직됐고, 세계 최초로 성문화된 ‘골프규칙 13조’가 만들어진 곳이다.

뮤어필드는 특유의 궂은 날씨로 인해 누가 우승할지를 전혀 예측할 수가 없는 무대다. 특히 뮤어필드는 최강자의 승승장구를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131회 디오픈 첫날 우승후보들은 저조했고, 의외의 복병이 선전을 펼쳤다. 첫날 공동선두는 3명, 둘째 날에는 무려 6명으로 늘었다. 3라운드까지 4명이 6언더파로 공동선두였다. 4언더파로 출발한 선수까지 합치면 13명.

이미지 크게보기 이인세 골프역사칼럼니스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어니 엘스가 단연 돋보였다. 엘스는 2라운드부터 마지막 날까지 선두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날 경쟁자들이 엘스를 추격했다. 엘스를 뒤쫓던 프랑스의 토머스 리벳은 17번 홀에서 이글을 작성했고 이때 2타를 잃은 엘스와 순식간에 6언더파로 동타가 됐다. 호주의 스튜어드 애플비 역시 마지막 18번 홀에서 극적인 버디로 역시 6언더파가 됐다.

그리고 호주의 스티브 엘킹턴은 17번 홀 버디로 역시 6언더파. 디오픈에서는 좀체 볼 수 없었던 플레이오프에 무려 4명이 참가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4홀 플레이오프 결과, 애플비와 엘킹턴이 17타로 엘스와 리벳에 1타 뒤져 탈락했다.

엘스와 리벳은 서든데스로 우열을 가리게 됐다. 서든데스는 18번 홀에서 치러졌다. 엘스는 공을 페어웨이에 보냈지만, 리벳은 벙커에 빠트렸다. 뮤어필드 특유의 항아리 벙커가 앞쪽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리벳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샷은 레이업뿐. 엘스가 세컨드 샷을 하기 전까지는 리벳이 절대 불리했다. 하지만 먼저 친 엘스의 공이 공교롭게도 그린 앞에 버티고 있는 항아리 벙커에 박혔다. 이젠 둘이 같은 상황이 됐다.

세 번째 샷에서는 엘스가 한 수 위였다. 리벳의 공은 홀 5m에 떨어졌고, 엘스는 벙커에 왼발만 넣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친 샷을 홀 1.5m 앞에 세워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리벳은 보기, 엘스는 파. 리벳은 1999년 잔 반데 벨드에 이어 프랑스 선수로서 다시 한 번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거머쥘 기회를 놓쳤다.

엘스는 이렇게 험난하게 생애 첫 ‘클라레 저그’를 품에 안았다.

골프역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