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 금리로 고물가 피하던
30년 넘은 통화정책 관행 깨
“너무 낮은 물가, 경제에 위험”
코로나 여파…경기 부양 집중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27일 ‘평균물가안정 목표제’(Average Inflation Target·AIT) 도입을 공식화했다. 이는 Fed가 고물가를 피하려고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온 30년 넘은 통화관리 정책의 관행을 깨뜨리는 새로운 전략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경기 회복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장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Fed가 물가 관리보다 고용 안정 등 경기 부양 역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날 성명을 내고 AIT 채택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Fed가 앞으로는 물가 목표치인 2%를 넘어도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Fed는 향후 물가 정책에서도 수학 공식처럼 ‘평균 2%’를 칼같이 맞추는 것이 아니라 “유연한 형태로 평균 물가상승률을 따지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고물가보다 과하게 낮은 물가가 더 경제에 해롭다고 본 것이다. 앞서 Fed는 지난 2012년 처음 채택된 미 통화정책 청사진인 ‘장기 목표 통화정책 전략’을 개정하면서 평균물가안정 목표제 도입 추진을 명문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Fed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침체한 경기가 회복할 때까지 장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이날 원격회의 형식으로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이번 발표를 “우리 통화정책 체제의 강력한 업데이트”라고 묘사하면서 “너무 낮은 물가가 지속되는 것은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이슨 퍼먼 전 백악관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금리가 지금부터 5년 동안 제로를 유지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파월과 그의 동료들이 더 오랜 기간의 저금리 시대를 위한 토대를 구축했다”고 평가하면서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 비용이 오랜 기간 낮아지면서 대출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Fed의 이날 정책 방향 수정은 고용 실적 개선이 인플레이션을 낳는다는 고정관념이 깨진 데 따른 것이다. 미 실업률이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이전인 지난 2월 3.5%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으나 예상만큼 물가를 크게 끌어올리지는 않은 점이 이번 정책 변경에 영향을 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Fed의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물가의 안정적 관리보다 고용에 더 방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파월 의장도 “이번 통화정책 수정은 고용시장의 완전한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최대 수준의 고용이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7월 미국 실업률이 10.2%를 기록한 상황에서 Fed가 이번 정책 기조 변경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적 경기부양 지원을 시사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루이스 알렉산더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원하지 않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이상, Fed가 고용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