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들 무기한 파업

서울대병원 의사 인력 줄어
수술 연기되고 대기 길어져
환자들 발 동동… 불편 호소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주요 병원의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에 동참하면서 의료계가 21일 세 번째 파업에 돌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대유행 진입 국면에서 진행된 의사들의 파업에 대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사회적 책임) 실종’ ‘집단 이기주의의 극치’라는 국민적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선 병원들은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상황은 의료 대란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오전 9시쯤 찾은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내과, 외과를 비롯한 외래진료병동은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붐비고 있었다. 파업 첫날은 인턴과 레지던트 4년 차 의사들만 집단행동에 동참했지만, 진료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 일부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심장 질환 전력이 있는 정모(45) 씨는 “정기검진을 받으러 와서 20분 정도 기다렸는데 예전에 왔을 때보다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먼저 온 환자 대기순번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경외과 진료를 받으러 온 주부 이모(여·77) 씨는 “진료가 늦어지고 있긴 한데 파업이 이따금 일어나니 이젠 그러려니 하고 체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를 비롯한 전임의, 개원의 등의 파업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전임의 파업까지 현실화되면 병상이 있어도 코로나19 환자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전공의와 전임의까지 빠져나가면 대형병원은 교수들만으로 환자를 돌봐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중환자용 병실을 확보해도 환자를 받을 수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전임의까지 빠지면 일선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를 더 이상 받지 않는 것 외에는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우려했다.

당장 전공의 파업으로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등 상급종합병원들은 시급하지 않은 수술 등 일정을 연기했다. 일단 응급조치를 취한 것이지만, 전공의 무기한 파업이 그대로 이어져 전임의 파업까지 겹치면 아예 새로운 환자를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정부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의 협상 자리에서 “이 시국에 파업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메시지로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거꾸로 굳이 이 시점에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해야 하느냐는 불만도 나온다.

이날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조정관은 중대본 브리핑에서 “정부는 의협·대전협과의 협의기간 동안 정책 추진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의협과 대전협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 제안을 의료계가 수용하고 대치가 일단 끝날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지영·최재규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