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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바른사회 공동대표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지난달 말 기준 10억509만 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0억 원을 넘겼다고 한다. 통계 출처는 부동산114로 정부 공식 통계는 아니다. 하지만 민간 부동산 단체의 신뢰도는 자체 생산해 내는 통계의 질과 적확성(的確性)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현실과 괴리된 통계를 생산할 리 없다. 공개된 평균가격은 ‘과세를 위한 주택 평가액’ 평균이 아닌 실제 시장에서 거래된 주택가격 평균이기 때문에 서울시민이 체감하는 주택 가격 그 자체로 봐도 지나치지 않다.

서울의 특정 지역 고가 아파트가 아닌 전체 아파트 평균값이 10억 원을 넘는다는 것은 층위가 다른 문제다. 정책 실패가 켜켜이 쌓아 올린 ‘평균 10억 아파트’인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국부 축적과는 상관없다. 서민들의 등짐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서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한국은행과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의 중위값은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6억600만 원에서 올해 6월 9억2600만 원으로 52.7% 급등했다. 일종의 ‘퀀텀 점프’다. 다른 각도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읽을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명목 GDP 대비 국내 주택 시가총액 배율’은 2.64배다. 신축으로 인한 물량 공급 증가도 시가총액 상승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기존 주택 가격의 상승이 시가총액을 끌어올린 것이다.

문 정권은 ‘부동산 투기 세력이 부동산 값을 끌어올렸다’고 믿고 있다. 인과관계를 도치시키고 있다. 부동산 투기 세력 때문에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게 아니라, 부동산 정책이 실패해 투기세력이 나타난 것이다. 모든 현상에는 근저 요인이 있다. 부동산 가격 급상승은 유은혜·김현미 장관의 패착과 무관하지 않다. 유 장관은 ‘평등주의’에 함몰돼 어렵게 자리 잡은 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를 백지화시켜, 강남 집중을 유발했다. 김 장관은 기다렸다는 듯이 세금으로 집값 잡겠다고 칼을 빼 들었다. 다(多)주택자 중과는 ‘똘똘한 한 채’라는 유행어를 낳고 특정 지역으로의 집중을 더욱 심화시켰다.

문 정부는 시중 유동성 공급 과잉을 주택 가격 상승 요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유동성을 푼 건 문 정부다. 2017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보다 낮은 기준금리를 적용했다. 넘쳐난 유동성은 ‘친노조-반기업-반시장’ 정책으로 실물 부문으로 흘러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특정 지역의 아파트를 ‘안전자산’으로 인식시켰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심리가 공황구매(panic buying)를 부른 것이다.

주택 가격이 오르면 일반적으로 전셋값도 오른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 원이면 전세는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6억 원 가까이 될 것이다. 전세는 다주택자가 공급한다. 따라서 ‘7·10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임대주택 등록제도의 사실상 폐지는 큰 패착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상의 혜택이 과다하다면 혜택을 조정하면 된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인식하고 민간 임대시장을 억누르면 그만큼 전·월세 물량 공급이 위축되고 전세 품귀는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조급한 마음에 전셋값 상승을 막으면 전세제도 자체가 사라진다. 서민은 월세를 내든지 길거리로 나앉으라는 것이다.

개인은 경제 환경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합목적적인 의사결정을 할 뿐이다. 의사결정이 투기를 위한 담합일 수 없고 단체 행동일 수 없다. 투기 세력이란 ‘허수아비’와 싸우는 동안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값이 10억 원을 찍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