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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원칙 없는 정치는 亡國의 징조
양도세·취득세 폭증은 약탈적
머지않아 그만큼 집값에 반영

종부세 3가지 측면서 동시 증액
거주·이전의 자유 위협할 수준
개발이익 환수도 재산권 침해

마하트마 간디는 나라가 망할 징조로 7가지를 꼽았다.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富)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성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가 그것이다. 무엇보다 국가의 정책은 원칙과 방향성이 명확하게 설정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의 정책이 희화화돼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규제법이 하도 자주 바뀌니 도대체 그 내용이 뭔지 부동산 전문가들도 헷갈릴 지경이고, 집 있는 사람은 징벌적 세금 때문에 울고, 집 없는 사람은 ‘이생망’(이번 생애에는 집 사기 영 글렀고 망했다)을 외치며 가슴을 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7월 10일 정부는 22번째의 부동산 가격 억제책을 쏟아 놓았다. 핵심은 첫째, 양도세를 올려서 1∼2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의 양도세를 최고 70%까지 상향 조정했다. 둘째, 취득세도 인상해서 3주택 이상인 경우와 법인의 취득세율이 12%까지 중과된다. 마지막으로, 종합부동산세율도 큰 폭으로 인상됐다.

하지만 당장 학계에서는 이렇게 약탈적인 세금을 징수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로 위헌(違憲)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정책들은 위헌일 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에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양도소득세를 올리면 자연히 매물이 부족해져서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天井不知)로 뛰어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신규 매수자들의 취득세를 올렸으니 이들은 나중에 집을 팔 때 반드시 자신이 낸 세금을 집 가격에 얹어서 거래할 것이다. 몇 년 뒤에 고스란히 시장가격이 올라 다음 매수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고가주택에 대한 종부세 문제도 심각하다. 보유 주택 수를 기준으로 종부세를 대폭 상향 조정하는 것도 합리적인 기준인지 의심스럽지만, 1가구 1주택자의 주택이 9억 원 이상인 이른바 ‘고가 주택’의 경우 앞으로 종부세를 계속 인상하는 것은 큰 문제다. 이 9억 원이라는 기준은 12년 전인 지난 2008년에 정해진 것이다. 그런데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25평형 기준) 가격은 평균 8억4000만 원에서 12억9000만 원으로 53%(4억5000만 원)나 올랐다고 한다. 평균가격이 올랐으면 종부세의 기준이 되는 고가주택을 상정하는 기준도 그만큼(최소 50%) 상향 조정하는 게 옳지 않은가?

최근 몇 년 동안 9억 원이란 기준은 그대로 둔 채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현 정부에서 계속 올려 현재 90%), 거기에 ‘세율’까지 부동산 세금과 관련된 3가지 기준을 한꺼번에 증액해서 듣도 보도 못한 세금을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한 지역에서 수십 년간 거주하면서 집 한 채와 약간의 은퇴자금 정도를 믿고 노후를 설계했던 수많은 평범한 가장에게 가족을 이끌고 낯선 곳으로 옮기라고 윽박지르는 것이다. 명백한 거주·이전의 자유 침해다.

이렇게 수요를 틀어막으면서 한편으로는 지난 4일 23번째로 부동산 공급대책도 내놨다. 서울 등 수도권에 12만 채의 주거지를 확보하기 위해 35층의 고도제한을 50층으로 변경해 주고, 공공재건축 등으로 용적률 500%의 고밀도 주거지역을 만들어서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애초에 그린벨트 해제를 계획했다가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가 강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급히 만든 정책이라지만 엉성하기 그지없다. 해당 지자체의 장(長)들이나 국회의원들이야 다음 선거 때문에 반대한다 치더라도, 자신들의 개발이익을 거의 다 내놓으면서까지 공공재건축에 찬성할 주민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국가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제로 집행할 수 없는데도 강제로 시행한다면 이 또한 재산권 침해의 개연성이 매우 크다.

헌법 해석 방법 가운데 ‘합헌적 법률해석 원칙’이 있다.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을 되도록이면 합헌으로 추정해서 국민의 생활을 안정시켜 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부동산 관련 정책은 소급입법이 난무하고, 지나치게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어서 도저히 합헌으로 보기 어렵다. 서둘러 ‘국민의 평온하고 안락한 주거권 보장’을 위해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