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4차 추경 일단보류’ 왜

당·정·청이 12일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유보한 것은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는 정부와 청와대의 논리를 더불어민주당이 받아들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민주당은 4차 추경이 필요하다는 데 무게를 실었지만, 예비비가 남아 있고 피해 규모도 확정되지 않은 만큼 예비비 우선 집행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고위 당·정·청협의회를 마치고 “당·정·청은 이번 집중호우 피해를 조속히 복구하기 위해 모든 재원을 동원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정부는 기정 예산 및 예비비 지원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했다”며 “현 상황은 감당 가능한 재정 상황임을 확인했으며, 추경은 추후에 판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 시작 때만 해도 민주당은 4차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재난 대비 추경 편성을 적극 고려해 달라”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4차 추경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세균 국무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4차 추경에 대해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회의 과정에서 정부가 현재 남아 있는 예비비가 충분하다는 점을 들며 설득에 나서자 민주당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정부는 3조 원 이상 예비비를 확보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등 지방정부도 재난관리기금, 재해구호기금 등을 더해 2조40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3차 추경 등을 통해 확보한 예비비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재난지원금 기준을 상향 조정해도 예비비는 소진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규모 또한 계속 집계가 이뤄지고 있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절차상으로도 추경 편성을 유보했다는 설명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번 집중호우로 집계된 피해액은 기존 재난지원금 기준 5000억 원 수준이며, 지자체가 집계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피해 규모는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강 수석대변인은 “지금까지는 예산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보지만 추후에 (추경 편성 여부를 다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alm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