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들어 주택정책 실패를 반(反)시장 대책으로 땜질해온 악순환이 급기야 ‘부동산 감독기구’ 검토 지경까지 이르렀다. 금융감독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처럼 ‘주택감독청’ 같은 기관을 만들어 국민의 주거와 관련된 경제활동을 전반적으로 통제·감시하겠다는 발상인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유례가 없다. 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회의에서 밝힌 내용으로, 그렇게 되면 주택 매매·임대 등과 관련된 계약 내용, 자금 출처, 실거주자 확인 등을 담당하는 ‘빅 브러더’가 출현하게 된다. 이미 부동산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서 의무화나 전월세 신고제 등은 시행 중이다.

이미 23번의 부동산 대책으로 국민의 스트레스는 심각한 수준이다. 주택 보유자는 세금 폭탄, 무주택자는 집값 폭등에 분노하고, 임대인이나 임차인은 임대차보호법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처지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이라면서 “보유세 부담을 높였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선 아직도 낮은 편”이라고 했다. 두 가지 진단 모두 어느 나라 얘기인지 의심할 정도로 황당하다. 현 정부 들어 서울의 중위권 아파트 값은 무려 53%나 뛰었다. 8월 초순 집값이 전월에 비해 소강 상태를 보이는 것은 이미 과도하게 오른 탓에 잠시 관망세로 돌아선 결과일 뿐이다. 게다가 전셋값은 꺾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현재 58주 연속 상승 중이다. 보유세 세율이 낮다지만 72%의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이나 취득세 등 거래세까지 합할 경우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 세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진단과 동시에 부동산 전담 감독기구를 따로 설치하겠다는 발언은 모순된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감독기구 사례를 굳이 찾자면 민간 주택에 공정가격을 규정하거나 임대료를 정해주던,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만들었던 ‘공정가격감독원’ 정도라고 한다. 이런 식의 대책은 결국 더 좋은 주택의 공급을 틀어막게 된다. 문 정부 주택정책은 전 국민을 중저가 이하의 주택에서 살도록 하겠다는 의도 외에 해석할 길이 없다. 정책 폭주를 멈추지 않으면 국민의 주택 고통은 갈수록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