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정, 뒤늦게 4차추경 검토

집중호우 피해 점점 커지는데
‘재정당국’기재부는 신중모드

올해 예비비 4조2000억 편성
방역·고용안정에 절반이상 써

1972년 이후 48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세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독촉한 더불어민주당이 집중 호우에 따른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4차 추경 편성에 대해 보여준 모습은 예전과 좀 다르다. 신중한 입장을 펴오던 민주당이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 편성 문제를 포함한 지원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기로는 결정했는데 발언 강도와 추진 의지는 그리 흔쾌하지 않은 기류다. 그동안 재정 건전성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재정 확대에 매달리면서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를 압박하던 모습과는 차별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연일 집중 호우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4차 추경 편성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야당에서 먼저 나왔다. 이때도 여당 관계자들은 예비비 우선 활용이라는 논리로 추경 편성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4·15총선 전에 여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긴급재난지원금과 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한 대규모 추경 편성을 추진했다. 일각에서 총선 포퓰리즘이라는 문제제기도 있었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회의 때마다 선별 지원방식을 고집했지만, 민주당이 주도해 전 국민 지원방식으로 결국 귀결됐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7~8월 호우로 인한 전국 피해가 최근 10년 안팎을 통틀어 최대 규모를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현 여권의 소극적인 모습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무부서인 기재부는 4차 추경 편성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홍 부총리는 전날 ‘집중호우 피해 긴급점검회의’를 열고 “응급 복구와 구호 관련 (재정) 소요는 각 부처의 재난대책비, 이·전용 등 기정 예산(이미 편성된 예산)을 우선 활용해 적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필요 시 예비비 등을 통한 추가 지원 방안도 신속히 검토하라”고 밝혔다.

문제는 집중호우 등에 쓸 수 있는 예비비가 별로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올해 편성한 예비비 가운데 수해 등 재해를 위해 쓸 수 있는 예비비는 4조2000억 원 규모지만,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마스크 수급 조정 △긴급고용안정지원금 △긴급 방역 △치료비 지원 등의 지출이 많이 증가해 남은 예비비가 2조 원이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집중호우뿐만 아니라 앞으로 태풍 등에 따른 피해까지 확산할 경우 4차 추경까지 편성해야 하는 상황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민간 경제연구소 고위관계자는 “올해 정부와 여당이 재정 운용을 조금만 더 신중하게 했다면 한 해에 네 번이나 추경을 편성할 가능성까지는 대두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방만한 재정 운용이 부메랑이 돼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 우리나라가 4차 추경까지 편성하면 정상적인 예산 운용을 한 후를 기준으로 할 때 사실상 처음으로 한 해에 네 번이나 추경을 편성하는 진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