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 핑궈르바오의 발행인 지미 라이(앞줄 가운데)가 10일 오전 호만틴 지역의 자택에서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연행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외세와 결탁… 보안법 위반”

美는 영미권 동맹과 中 압박
“홍콩 총선 빨리 치러야” 성명

홍콩 정부가 대표적인 반중국 매체인 핑궈르바오(빈果日報)의 발행인 지미 라이(黎智英)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미국은 관련국들과 함께 중국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만 방문에 맞춰 핵 항공모함을 동중국해에 파견하는 등 군사적 압박도 가했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의 홍콩보안법 전담 조직인 국가안보처는 이날 오전 홍콩 호만틴 지역에 있는 라이의 자택에서 그를 체포했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소식통은 라이가 “외국 세력과 결탁, 선동적인 언행, 사기 공모 등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중국 광둥(廣東)성 출신으로 유명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를 창업한 사업가 출신인 라이는 1989년 중국 정부의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에 충격을 받고 언론 사업에 투신했다. 1995년 창간한 핑궈르바오는 중국 지도부의 비리와 권력투쟁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며 대표적인 반중 매체로 떠올랐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도 경찰 폭력과 중국 중앙정부의 강경 대응 등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핑궈르바오는 이날 라이 외에도 ‘홍콩 민주파의 대부’ 마틴 리(李柱銘) 전 민주당 주석 등 15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은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미권 기밀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국가들과 공동으로 홍콩 정부의 총선 연기와 출마 자격 제한 조치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등 5개국 외교장관은 9일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홍콩 정부의 부당한 후보자 자격 박탈과 입법회 선거 연기를 심각하게 우려하며, 이는 민주적 절차를 훼손시킨다”며 “후보자 자격 회복과 가능한 빠른 선거 실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 5개국은 “우리는 홍콩 주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약화시키는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중국은 일국양제 하에서 홍콩 주민들에게 자치권과 자유를 약속했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8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홍콩 입법회 선거 1년 연기에 따른 후속 조치를 안건으로 채택했다. 또 미군의 핵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는 이날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에 맞춰 대만과 일본 사이 동중국해 해역을 순찰했다고 중국 싱크탱크 ‘남중국해 전략태세 감지계획’이 전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워싱턴=김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