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비싸게 내놓았다 거둬들여
靑 “가격 잘 몰라” 해명도 논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분노한 민심을 달래고자 청와대가 고식지계(姑息之計·당장의 편한 것만을 택하는 일시적이며 임시변통의 계책)로 내놓았던 다주택 참모진의 주택 매각이 오히려 민심 이반을 부추기고 정책의 신뢰도만 떨어트리고 있다는 지적이 여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특히 강남에 두 채를 보유한 김조원 민정수석이 주택 매각 대신 사표를 낼 것이라는 논란에 이어 시세보다 2억 원가량 비싸게 잠실 주택을 내놓은 ‘매각 시늉’ 논란까지 불거지며 ‘책임론’도 거론된다.

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노영민 비서실장이 급하게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은 다주택 상태를 해소하라고 이야기할 때부터 저걸 왜 저렇게 풀까 했었는데 지금 봐선 본전도 찾지 못한 셈”이라며 “당장 노 실장부터 반포 집을 두고 청주 집을 팔려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데 이어 아예 김조원 수석은 작정한 듯 민심과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김 수석 등 다주택 관련 논란이 된 참모진에 대해 물으면 손사래 치거나 고개만 젓고 있다.

전날(6일) 시세보다 2억 원이나 비싸게 잠실 집을 내놓았다가 비판이 나오자 슬그머니 매물을 거둬들였던 김 수석은 이에 대한 해명마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내가 오전에 김 수석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복덕방에 내놓은 것으로 안다고만 했다”며 “통상 부동산 거래할 때 남자들은 (가격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소나 부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뉘앙스의 설명이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시세보다 5000만 원만 싸게 내놓으면 오늘도 당장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며 “설사 김 수석이 희망 매매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급매로 내놓겠다고 하면 안 팔릴 수 없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김 수석을 포함해 아직 8명의 비서관급 이상 참모가 다주택 상태를 해소하지 못했는데, 이 중에는 정말 거래가 막혀 팔고 싶어도 팔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자칫 싸잡아 비판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